말레이 총리 "북한과 단교 계획은 없어"…협상모드 전환

김정남 암살 사건을 놓고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상대국 국민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가운데,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가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폐쇄나 북한과의 단교는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외교관계 단절'을 향해 치닫던 양국의 갈등이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나집 총리는 오늘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게 요하기 때문에 북한과 단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나집 총리는 "우리는 북한에 친절한 국가"라며, "싸움을 걸려는 것이 아니라 범죄, 그것도 화학 무기를 사용한 범죄가 일어난 만큼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의 물밑 협상을 예고했습니다.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할지에 대한 질문엔 "말레이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중요한 일로, 가끔은 논의가 비밀스럽게 진행될 때 최선의 해결책이 나온다"며 중국과의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나집 총리의 이런 발언은 어제까지만 해도 자국 거주 상대 국민의 출국을 금지하며 양국 갈등이 고조되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입니다.

나집 총리는 또, 북한에 있는 자국민 11명에 대한 위협은 없었다며 이들은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당분간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인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는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나집 총리는 피살된 김정남의 신원 확인이나 DNA 샘플 제공에 나서는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어 당국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나집 총리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드 부총리는 이어 외교부가 북한 측과 접촉해 문제를 원만하게 풀기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자국민 억류 조치가 위험한 상황인지에 대해 "그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그들과 외교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믿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평양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이며, 북한도 말레이시아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