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中, 석탄 금수로 트럼프에 다가가려는 北 자극"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8일 중국의 북한산 석탄수입 잠정중단 조치에 대해 "북한을 압박해 중국의 의도에 맞게 끌고 나가자는 것이지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자는 의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작성한 '중국정부의 북한산 석탄수입 금지조치의 의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기본 속내는 최근 조성된 대북압박 분위기를 이용해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내어 동북아시아에서 '메인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지위를 다시 차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태 전 공사가 연구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최근 중국을 제일 화나게 하는 것은 북한이 중국을 은근히 무시하면서 '1.5트랙' 등을 통해 미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대화선을 모색하고 있는 점"이라며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에만 다가가려고 하는 북한을 단단히 자극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 "북한과 중국은 전면적으로 대치할 의도도 없으며 북한과 중국 사이의 전략구도는 변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중국은 북한에 6자회담 복귀에 응하면 석탄수입 금지조치 해제와 새로운 대북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득하면서 북한을 끌어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석탄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중국과의 무역에 관여하고 있는 수많은 북한 무역업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타격은 엄청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북한이 밀수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봤다.

그는 "1천여 km의 국경선과 여러 개의 항구로 연결된 북중 무역에서 밀수는 아주 예사로운 일"이라며 "북한 무역회사들은 공식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항구와 육로통로를 바꾸는 수법으로 석탄수출의 난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뉴욕에서 예정되었던 1.5트랙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줄마저 막힘으로써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숨고르기를 할 여유가 사라졌다"면서 추가 도발을 예상했다.

그는 "한미합동군사연습 시작을 계기로 준전시 상태선포, 미사일 실험발사 혹은 추가 핵실험과 같은 초강수 도발 조치를 통해 긴장 수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한국에 대해선 "미국과의 공조를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이와 동시에 중국을 잘 껴안고 나가야 한다"면서 "유엔인권 무대에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한 공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의 대북제재 기조를 1∼2년만 더 유지·강화하면 북한은 필경 다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6자회담장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그때 한국은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에게 있어서 외부(6자회담)의 압력에 의해 핵무장 구호를 내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한주민들에게 주는 동요는 대단히 클 것"이라고 6자회담의 유용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