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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목 잡는 오바마?"…美에 난데없는 '딥스테이트' 음모론

터키 군부 용어, 돌연 美등장…극우진영 '오바마 배후'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뜬금없이 제기한 '오바마 도청 의혹'으로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한 미 정가에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다.

딥 스테이트는 터키나 이집트, 파키스탄 같은 군부 권위주의 국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반(反)민주주의 성향의 숨은 권력을 뜻한다.

막후에서 언제든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에 개입하는 터키 군부의 특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 용어가 느닷없이 미국 정치권에 등장한 것은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보도가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하자, 이튿날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딥 스테이트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사사건건 발목잡고 있다는 극우 진영의 주장을 요약하는 키워드로 '딥 스테이트'를 거론한 것이다.

앞서 보수성향 작가 겸 라디오 진행자인 마크 레빈도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이 경찰국가 전술을 사용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조용한 쿠데타를 벌였다"고 주장하는 등 극우 진영에선 각종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브레이트바트 수석편집자 조엘 폴락은 "러시아 해킹 의혹은 당혹스러운 선거 패배를 해명하는 동시에 진짜 스캔들(딥 스테이트)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7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에 우호적인 스티브 킹(공화·아이오와) 연방 하원의원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끄는 딥 스테이트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킹 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워싱턴D.C.를 떠나지 않는 것도 딥 스테이트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딥 스테이트 음모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에게는 매력적인 시나리오로 비칠 수 있다.

그렇지만 뚜렷한 근거가 없는 이같은 음모론은 '러시아 커넥션'을 비롯해 각종 의혹에 맞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국을 전환하려는 극우 진영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지 W.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은 MSNBC에 출연해 "딥 스테이트는 터키 같은 나라에서나 사용되는 용어일 뿐 미국에서는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용어"라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신미국안보센터의 로렌 D.슐먼 선임 연구관은 NYT에 "현직 대통령과 그의 측근 인사들이 이런 류의 생각을 드러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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