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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수달'을 찾아서…"신선한 배설물 확보가 관건"

7년 만에 서식·분포 조사…전국 단위 개체 수 조사 '전무'

멸종위기 '수달'을 찾아서…"신선한 배설물 확보가 관건"
"이른 새벽 신선한 수달의 배설물을 확보하라."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은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서식하고 있을까.

지난 1월 서울 천호대교 북단 일원에서 어미 1마리와 새끼 3마리 등 수달 가족이 발견되면서 수달의 개체 수와 서식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민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한강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환경 개발이나 오염에 민감한 환경 지표종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달 분포지도는 2010년 작성됐다.

당시 수달이 포착되거나 서식 흔적이 확인된 곳은 전국 3천288개 지점이다.

수도권과 서해안을 제외한 충청 내륙과 전라, 경상, 강원 등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2010년 작성된 수달 분포도의 변화를 알아보고자 7년여 만인 올해 전국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수달의 서식지 분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피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전국 단위의 수달 개체 수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서식지 분포 조사와 달리 상당한 예산과 인력,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국 지자체에서도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수달의 개체 수 조사에 열을 올린다.

수달이 환경 지표종이다 보니 해당 지역의 청정 자연환경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에서는 최소 15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지난해 조사에서 파악됐다.

강원 인제군도 지난 1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소양강과 내린천 등 2개 하천에 서식하는 수달의 개체 수 조사를 벌인다.

수달은 인제군의 상징 동물이다.

그렇다면 수달의 분포지와 개체 수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수달 표준 조사법'이 일반적이다.

강과 하천 양쪽 끝에서 600m를 걸어서 수달의 배설물이 있는지를 살피는 방법이다.

이른바 '흔적'조사다.

족제빗과 포유류로 물이 있는 환경을 좋아하는 수달은 강이나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큰 바위 등에 배설물을 남긴다.

생선 비린내가 유독 많이 나는 것이 수달 배설물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수달의 배설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달이 배설물을 눈에 띄는 곳에 남기는 이유는 해당 지역의 먹이 사냥을 자신이 끝냈다는 표식이거나 짝짓기를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배설물의 형태도 다른 포유류나 조류의 것과 달리 섭취한 물고기 뼈의 형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인제군은 지난 1월부터 2월 말까지 두 달여간 이 같은 방식으로 17개 지점에서 45㎏의 시료(수달 배설물)를 확보했다.

채취한 배설물은 100% 알코올에 넣어 영하 70도 이하의 냉동고에 보관한 뒤 이를 전문 분석기관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수달 배설물에서 분리한 DNA에서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조를 파악해 성별이나 개체 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운이 좋으면 수달의 가족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수달 배설물을 늦게 발견해 햇빛에 노출되면 DNA가 손상된다.

이 때문에 이른 새벽 신선한 수달의 배설물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배설물에서 추출한 DNA 분석을 통한 수달의 개체 수 조사는 실패 확률이 높고 시간과 인력, 예산도 많이 투입된다.

수달의 세력권은 수컷 15㎞, 암컷 7㎞에 달한다.

이처럼 세력권이 비교적 넓다 보니 일부 구간에서는 수달의 개체 수가 중복으로 파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하천에서 하루 동안 수달 한 마리가 3∼4차례 목격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를 두고 '특정 하천에 3∼4마리가 서식한다'고 보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수달이 한강 등 곳곳에서 발견되다 보니 개체 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여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자는 말도 나오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전국 단위의 수달 개체 수 조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수달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비해 조사 인력이나 시간, 예산 투입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달의 개체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호랑이와 여우 등 상위 포식자가 멸종한 상황에서 수달은 유일하게 남은 최상위 포식자"라며 "전국 단위의 수달 개체 수 조사를 통해 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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