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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키즈' 마크롱, 올랑드 정부와 차별화전략 성공할까

자신을 경제장관으로 발탁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품 안을 뛰쳐나와 대권에 도전한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이 현 올랑드 정부와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현 정부와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전략이지만, 마크롱이 내놓은 공약들이 우파의 경제정책을 상당 부분 차용한 현 사회당 정부의 '복사판'라는 공격이 좌·우 양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 대선 후보들, '현 정부 실정' 프레임에 마크롱 밀어넣기 '안간힘'

마크롱은 지난주 공약발표 현장에서 "대통령과 전략적인 측면에서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 그래서 뛰쳐나왔다"면서 "(현 정부와 내가)연속성이 있다면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 정권이 30대의 젊은 그를 경제보좌관과 장관으로 발탁해 대선 후보의 위상까지 올려놓은 것을 고려하면 꽤 냉정한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자신이 내놓은 공약들에 대해서는 "불완전한 타협을 추구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올랑드 정부가 반대 세력에 가로막혀 노동개혁 등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의 라이벌들은 그를 '현 정부의 실정' 프레임에 그를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63)은 한 연설에서 마크롱의 경제공약을 두고 "올랑드가 사인했을지도 모른다. 미지근한 수프 같다"고 공격했다.

같은 당 소속의 제라르 라르셰 상원의장도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의 복제판"이라고 공격했다.

집권당인 사회당에서도 비슷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당 대선후보 브누아 아몽(48)은 마크롱에게 '우파' 색깔을 씌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도를 표방하며 좌우의 양쪽 표를 끌어모으고 있는 마크롱을 오른쪽으로 밀어 넣으면 자신이 좌파진영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아몽은 지난달 27일 한 방송에서 "마크롱이 제시한 공약은 피용이 제시한 것과 다를 게 없는 중도우파"라고 비판했고, 지방유세에서는 "마크롱이 공무원 12만명을 줄이겠다고 했을 때 그가 피용의 홀로그램인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마크롱은 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내며 노동유연화 등 사회당 정부의 대표적인 '우향우' 정책 추진에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

◇올랑드 정부 우파 측면 이어받은 마크롱…조세·노동정책에서 차이점도

그러나 마크롱이 내건 공약들이 올랑드 정부의 복제판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마크롱은 여러 측면에서 올랑드 정부의 '우파적 요소'를 주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와 노동유연화 추진을 공언했다. 마크롱은 또한 사회복지 개혁론자로, 실업급여 개혁, 연금체제 개편 구상도 내놨다.

조세정책에서도 현 정부와 차이가 있다. 부동산 상속재산에 대한 부유세 부과의 상한선 설정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 세목에서의 현재 세수의 절반가량이 줄게 되는데, 현 정부는 좌파의 금기로 여겨 아예 손을 댈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국가와 노조와의 관계 재설정도 마찬가지다.

마크롱은 일반이익을 대표하지 않는 노조가 지나치게 많은 정치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근로조건과 임금협상에 있어서 국가 단위의 노조연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기업단위 노조로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랑드 정부는 사회적 타협의 대상으로 노조를 바라보는 등 마크롱과 올랑드는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이와 관련, 프랑스 노동계는 노조와의 사회적 대화와 타협 없이 마크롱이 자신의 공약들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라고 비판한다.

이런 근본적 차이점에도 마크롱은 본인이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현 정부와 '애증' 관계에 묶여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나치게 현 정부와 차별화를 할 경우 자신의 경제공약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서 "올랑드 정부의 결정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너무 늦게 이뤄진 적은 있지만 대부분 좋은 결정이었다. 많은 부분은 우리가 계승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 경제부처의 고위직들이 마크롱과 수시로 접촉하며 경제정책을 다듬고 있다는 소문도 프랑스 정가에 파다하게 돌 정도다.

마크롱이 집권을 위해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대선을 50여 일 앞둔 중도신당 '앙 마르슈'(En Marche)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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