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칼럼] 斷想 -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칼럼] 斷想 -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소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의 삶을 세 조각으로 나눠, 합성한 포스터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달빛을 받으면 누구나 푸르게 보인다.”는 극 중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의 얼굴은 달빛으로 시작하지만 불우한 환경으로 우울한 달빛이다. 그 옆으로 찢겨진 10대 그리고 청년기의 얼굴 역시 표정만큼이나 어둡고 낮은 계조로 처리돼, 어두운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 '문라이트'
흑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흑인이 등장해, 흑인들의 거친 환경과 가족애, 사랑 등의 얘기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꼭 이들이 아니더라도 빈부나 학식의 차이 등과 상관없이 인간은 상처 받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지워지지 않는 아픈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빈곤하고 초라한 기억을 가진 모든 이들의 얘기일 수도 있다. 

비틀리고 찌그러진 모습이라도 삶은 삶이니까 외면 받을 수 없지만, 주인공이 옛 친구를 만나 성(性)정체성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더욱 스산한 느낌이 든다. 가정은 마약으로 황폐해져 기댈 데 없고,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던 어린 날에 자신을 감싸주던 유일한 친구라서였을까? 

현실의 삶에서도 일반(一般)이지 못하더니 성정체성에서도 이반(異般)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삶의 인과관계와 의미는 무엇인지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