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애틀 연방법원이 첫 번째 반 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린 지 오늘로 꼭 한 달이 지났지만 새 행정명령은 몇 차례 연기 끝에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빠르면 이번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이 새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따르면 이 기간 '수 많은 나쁜 녀석들'이 미국으로 들어왔을테고 그래서 생기는 모든 '책임'은 '소위 판사'들이 져야 할텐데 다행히 아직 그런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대선 공약을 실천하느라 관련 부처의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첫 번째 행정명령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법원 결정 이후 새 행정명령을 공언한 정부치고 한 달은 좀 길어보입니다.
새 행정명령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첫 번째 행정명령의 위헌적 요소를 많이 제거했다고 합니다. 우선 영주권이나 합법적인 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입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되고 7개 '불량국가' 가운데 이라크는 빠지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무기한 난민 신청이 금지됐던 시리아의 경우도 특정한 기간을 정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위헌으로 지적됐던 종교적 소수자 우대 조항은 삭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시행에 들어가기 전 7일~10일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적법절차라는 헌법적 권리 외에도 금요일 밤 발효된 첫 번째 행정명령이 가져온 혼란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가안보와 관련해 정부 출범 초기에는 급했고 지금은 다르다? 그때 그때 다른 말과 행보가 어찌 트럼프 정부 뿐이겠습니까? 지난 한 달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문제보다는 경제 청사진 제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경험이 없고 능력이 부족해도 대선 공약이라면 누더기 정책이라도 밀어부치는 게 세계 최강국 미국 정부라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