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은 투명성

[취재파일]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은 투명성
우리 국민 22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쌓여  550조원에 달한다는 기금의  운용 방안을  놓고도 이대로 두고 볼 수만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대주주의 입장에서 찬성표를 던져 결과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혹의 눈길은 있었으나 수면 밑으로 숨었던 이 일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다시 불거졌다.

결국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국민연금이사장이 삼성을 돕기 위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최순실 등을 통해 삼성합병 과정을 도와 달라며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역시 구속되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의 합병과정을 돕고 결국 기금 운용 면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비난도 거셌으나, 실제로 수익적인 면에서 손실이 있었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보여 준 투명하지 못한 의사 결정 과정이나 절차상의 하자 등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당시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는 삼성의 합병문제가 대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국내외에서 합병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7월17일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사흘 전에 열린 7월1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회의에서는 합병과 관련된 내용의 안건조차 상정되지 않았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와 함께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연금문제는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 공단을 대대적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행정기구로 상설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혜숙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민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금 운용의 전반의 투명한 공개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금학회도 3월 2일  <2017년 연금제도의 현안과 진단> 특별세미나를 열어 국민연금 개혁방안 등을 논의했다. 주제 발표를 한 중앙대의 김연명교수는 기금운용구조의 문제점으로 각종위원회의 의사 결정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각종 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하자고 주장했다.

또 기금의 투자 상품 내역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며 일관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원회도 상설화해서 전문성과 실질적 권한을 주고 이에 따른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는 기능들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학회 세미나 현장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조사관은 지금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목표가 수익률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인 사회보장 의무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금 국민연금의 기금은 보험료와  기금운용 수익금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매년 9.6%정도의 수익률이 보장 되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60년도에 기금은 고갈 될 것이며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기금고갈 연도는 더욱 앞당겨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까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결국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금지출의 총 규모를 산출하고 이에 따른 정부의 재정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연금수령 연령을 만 67세로 기존보다 2년 더 늦춰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주요 선진국들이 공적연금의 재정악화로 연금 수령연령을 높이고 있는데 한국도 이런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비난이 거세자 국민연금공단은 한 연구자의 개인의견으로 연금수령연령을 늦추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랴부랴 진화했다.

따지고 보면 국민연금 기금이 장기 추세로 볼 때 열악해 질 수 밖에 없으며, 미래세대에 까지 연금의 혜택이 고루 가게 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이러할 때 정부는 좀 더 솔직하고  투명하게 기금의 정확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를 국민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말 그대로 보험료를 낸 국민들의 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돈을 운용함에 있어서 재벌들의 상속이나, 합병이나 회사 분할 과정에서 재벌들의 이익을 대변해 준다든지, 정치권의 정치 논리에 따라 휘둘려서도 안된다. 수익자인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여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그리고 독립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런 기조위에서 국민연금 운용에 관한 대대적인 수술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