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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연? 악연? 트럼프와 매킬로이, 그리고 멕시코

[취재파일] 인연? 악연? 트럼프와 매킬로이, 그리고 멕시코
북아일랜드의 골프스타 로리 매킬로이가 이번 주 복귀전을 치르는 WGC 멕시코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마이애미의 도랄 골프장에서 열렸던 WGC 캐딜락 챔피언십이었습니다. 매킬로이는 지난 2015년 이 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트럼프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고, 지난 달 트럼프의 초청을 받아들여 함께 골프를 쳤다가 그야말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매킬로이가 복귀한 대회가 트럼프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멕시코에서 열리는 대회, 그것도 지난해까지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렸던 대회였던 겁니다. 이렇게 ‘인연과 악연’이 꼬리를 무는 아이러니한 스토리는 더 화제가 됐습니다.

● ‘3번 아이언’으로 맺은 인연
 

지난 2015년 3월 WGC 캐딜락챔피언십 2라운드 8번 홀(파5)에서 매킬로이는 ‘3번 아이언’으로 투온을 노렸다가 왼쪽 헤저드에 공을 빠뜨렸습니다. 분을 이기지 못한 매킬로이는 들고 있던 ‘3번 아이언’을 물속으로 그대로 던져 버렸는데, 이 장면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매킬로이는 라운딩 직후 “3번 아이언은 없어졌지만, 남은 13개 클럽으로 충분히 경기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물에서 건진 매킬로이 3번 아이언
이 장면을 본 당시 트럼프 회장은 곧바로 다이버를 구해 물에 빠진 매킬로이의 ‘3번 아이언’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라운딩을 시작하기 직전 매킬로이를 직접 찾아가 “클럽 13개로 경기하는 것 은 좋지 않다. 13은 좋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3번 아이언’을 돌렸습니다.
트럼프에게 보낸 매킬로이 편지
이에 감격한 매킬로이는 대회가 끝난 뒤 트럼프에게 별도로 ‘감사의 편지’를 전했습니다. 이렇게 트럼프와 매킬로이의 인연은 ‘3번 아이언’을 발판 삼아 훈훈하게 시작했습니다.

● ‘트럼프의 안방‘을 떠나 멕시코로…
WGC멕시코챔피언십
지난해 3월 대회 이후 WGC 대회 후원사였던 ‘캐딜락’은 재계약 포기를 선언합니다. WGC는 다른 후원 기업을 물색했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당시는 대권을 노리던 트럼프가 여성과 종교,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발언으로 비난을 받으며 ‘비호감’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던 시기였습니다. 대선 지지율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밀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업들은 ‘비호감’ 인사의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를 후원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망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카르도 살리나스
이런 상황에서 WGC에게 손을 내민 건 멕시코의 ‘4대 갑부’로 꼽히는 리카르도 살리나스였습니다. 통신 그룹 ‘살리나스’의 창업자인 리카르도 살리나스는 대회 장소를 해발 2,000미터의 멕시코시티로 옮기는 조건으로 7년 간 장기 후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트럼프가 보란 듯이 말이죠. 이렇게 트럼프의 안방에서 열리던 대회는 멕시코 국경을 넘게 됩니다.

● 트럼프와 골프 쳤다가 봉변당한 매킬로이
매킬로이, 트럼프와 골프
지난해 PGA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역전쇼를 펼치며 1,000만 달러 잭팟을 터트린 매킬로이는 2017년 가장 주목받는 골프 스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경기 도중 갈비뼈를 다쳐 6주간 재활에 전념해 왔습니다. 재활 중이라던 매킬로이는 2주 전쯤 엉뚱한 소식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트럼프와 18홀 골프 라운딩을 한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매킬로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트럼프는 80개 정도 친 것 같다. 70대 치고는 좋은 골퍼다.”라며 순순히 인터뷰에 응했는데, SNS에서 “극우주의자”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매킬로이 트위터
깜짝 놀란 매킬로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맞섰습니다. “나는 트럼프의 지지자도 아니고 미국 투표권도 없는 사람이다. 그의 정책이 무언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골프를 치자는 전화를 받고, 무시할 수 있는 선수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반문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친구와 부모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들과 골프를 친다. 골프는 골프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트럼프-매킬로이
트럼프와의 골프를 두고 논란은 여전한 가운데, 매킬로이는 멕시코로 향했습니다. 대회를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와 관련한 질문에 홍역을 치러야 했습니다. 매킬로이는 다양한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에서도 1라운드를 공도 7위로 시작하며 무난한 복귀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합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불참’으로 홍역을 앓던 매킬로이가 플레이오프에서 기적 같은 반전을 이뤄냈듯이 이번에도 ‘트럼프 홍역’을 이겨내고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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