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이자 총괄회장에게 맏아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부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권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말 "채무자 자격의 신동주 전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총괄회장 재산에 대한) 즉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내용의 공증 집행 문서를 받았다.
이 집행 문서는 모 법무법인의 공증을 받아 지난달 15일 작성돼 20일께 신 총괄회장에게 도착했는데, 문서 안에 채무자는 신격호 총괄회장, 채권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 명시됐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계약을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맺었고, 이를 공증한 문서를 양측에 보낸 것 같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이 이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앞서 지난 1월 말 "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부과된 2천126억 원의 증여세를 전액 납부했다"며 "세금은 일시에 납부하되, 필요한 자금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단 충당하고, 추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시간을 갖고 보유한 자산 등의 처분을 통해 이를 변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쉽게 말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내야 할 증여세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빌려줬다는 뜻이다.
이번 가압류 통보 문서도 이 채무 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 총괄회장이 맏아들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한 달여 전 2천억 원 이상의 돈을 빌렸고, 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동산 등 재산 능력이 충분한 신 총괄회장이 연분납 형태, 1.8%의 유리한 세율로 나눠내도 되는 세금을 굳이 자신의 돈을 빌려주며 일시에 완납하게 한 것도 이상한데 이 채무 계약이 이뤄진 지 한 달여 만에 강제집행 가능 문서까지 보내니 더욱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지난 1심과 2심에서 모두 정신적 문제가 인정돼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 대상이라는 판결까지 받았다"며 "이런 분을 상대로 돈을 꿔주고, 또 이 채무를 갚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가압류하도록 동의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조만간 최종심을 통해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지정이 확정되기에 앞서 최대한 신동주-신격호 간 계약들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거처 겸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관할하며,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 명의가 포함된 명령서, 공증증서, 계약서 등을 제시해왔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신격호 총괄회장이 빌린 돈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2천억 원 이상일 수도 있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이 채무를 빌미로 신 총괄회장의 계열사 지분이나 현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