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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사진 촬영하세요"…미술관의 이유 있는 변신

[리포트+] "사진 촬영하세요"…미술관의 이유 있는 변신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르세미술관’을 검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2015년 이전의 경우 오르세미술관 '외부'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검색돼 나오겠지만, 2015년 이후에는 오르세미술관 '내부'의 작품 사진도 SNS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오르세미술관 안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는 외국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도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사진 촬영 금지 표지판.

미술관이 ‘사진 촬영 허가’라는 변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전 세계적으로 변하는 미술관

미술관은 일반적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되는 대표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작품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게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였습니다.

촬영한 사진으로 원작자의 창작의도를 왜곡시키거나,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또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죠.

하지만 최근 국내외 미술관들은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적극 권장하는 미술관도 생긴 겁니다.

국내 미술관의 경우 해외보다 사례는 적지만, 점차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림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해당합니다.
변하는추세
해외 미술관들은 2014년부터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루브르,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은 모두 2014년부터 사진 촬영을 허가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문화부는 2014년부터 모든 미술관과 유적지 등에서 사진 촬영을 허가하도록 했는데요, 이를 따르지 않던 오르세미술관도 2015년부터 작품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 미술관은 '왜' 사진촬영을 허용했나?

그렇다면, 미술관은 어떤 이유로 사진 촬영을 허용하기 시작한 걸까요?

인스타그램과 같이 사진을 공유하는 SNS의 활성화로, 관람객들의 '관람 인증샷(인증+shot) 문화'가 자리 잡은 영향이 큽니다.

카메라 대신 항상 소지하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술관 측이 일일이 촬영을 제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겁니다.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작품의 훼손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 등이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홍보의수단
아예 미술관이 관람객의 사진 촬영을 '홍보의 수단'으로 삼기도 합니다.

'인증샷'을 남기면, 해당 전시의 재관람을 무료로 할 수 있는 대림미술관은 SNS상에서 '#대림미술관' 해시태그(#)가 붙은 사진이 20만 장에 달합니다. SNS 인증샷을 적극 활용해 입장객을 늘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술관에 다녀간 사람들이 SNS상에 남긴 인증샷이 자연스럽게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사진'은 외면하기 어려운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 그래도 지킬 건 지키자!

미술관의 '이유 있는 변화'는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남길 수 있고, 미술관은 홍보 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사진 촬영이 허용된 미술관이 늘면서, 관람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많아졌다는 의견입니다. '찰칵' 소리나 사진을 찍기 위해 움직이는 행위가 작품 감상에 방해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4년 영국의 미술 칼럼니스트 루퍼트 크리스티안센은 한 일간지에서 미술관의 사진 촬영 허용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루퍼트 크리스티안센 / 미술 칼럼니스트]
"미술관·박물관은 단순한 공공장소가 아니라 고요한 명상, 생각, 연구를 위해 고안된 곳이다. 작품 앞에서 셔터만 누르고 돌아서는 행위는 관람객이 작품과 마주했을 때 기록하는 것 이외에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냥 멈춰 서서 들여다보라.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카메라이자 마음, 감정, 그리고 기억과 연결된 눈을 사용하라."
개인 SNS에 사진, 동영상 등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미술관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이 허용되는 장소가 갈수록 늘어나고 다양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있습니다.

사진이라는 '금기'는 깨지고 있지만, '성숙한 관람 예절'만큼은 변하지 않는 필수사항이라는 사실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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