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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가장 깊은 바닷속에 맥주 캔?…'지구, 깨끗한 곳이 없다'

[리포트+] 가장 깊은 바닷속에 맥주 캔?…'지구, 깨끗한 곳이 없다'
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동쪽에 위치한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평균 수심은 8,000m로 해구에서 가장 깊은 비티아즈 해연(Vityaz deep)의 깊이는 1만 1,035m로 약 11km에 달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8,848m)이 잠기고도 남는 깊이입니다.
마리아나해구 깊이
마리아나 해구 내부는 너무 깊어 완벽한 암흑 상태인 데다가, 지상의 '1천 배'가 넘는 수압 때문에 잠수정 없이는 사람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마리아나 해구는 달의 표면보다 더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인간이 접근할 수 없었던 마리아나 해구에서 맥주 캔이 발견되고, 독성물질이 검출됐습니다.

마리아나 해구 깊은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바닷속 햄 통조림과 맥주 캔

지난달 14일, 미국 해양대기국(NOAA)이 충격적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 물건은 버려진 햄 통조림과 맥주 캔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였습니다.

사진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이 쓰레기들이 발견된 장소 때문이었습니다. NOAA의 잠수정이 햄 통조림과 맥주 캔을 촬영한 곳은 마리아나 해구였습니다.
관련 사진
햄 통조림은 해저 4,947m, 맥주 캔은 수심 3,780m에서 발견됐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통조림과 캔 이외의 쓰레기들도 포착됐습니다.

잠수정이 촬영한 영상 속에는 비닐과 밧줄, 종잇조각 등 심해의 생명체만큼 다양한 쓰레기들이 등장합니다. NOAA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마리아나 해구까지 흘러온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중국의 강보다 50배 오염된 이곳

최근 마리아나 해구에 관한 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13일, 뉴캐슬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마리아나 해구 심해에서 채취한 갑각류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마리아나 해구 해저 10km에서 로봇 잠수정으로 갑각류를 채취해 조사했는데, 갑각류의 독성물질이 중국의 오염된 강에서 채취한 것보다 오염 수치가 50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오염수치 50배
갑각류에서 발견된 독성물질은 1970년대 후반 사용이 금지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로 확인됐습니다. 유해물질로 분류되는 POP의 종류에는 농약이나 산업용 화학물질 등이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동식물 체내에 축적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POP는 북극해 연안에 사는 원주민 '이누이트족'과 서유럽의 범고래, 돌고래에서도 검출된 적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생태학-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죽은 동물과 플라스틱 조각을 POP 오염의 매개로 지목했습니다.

바다에 휩쓸려 온 동물의 사체를 통해 오염됐거나, POP 성분이 플라스틱 쓰레기 등에 붙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 지구 상에 오염되지 않은 곳은 없다?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마리아나 해구에서 POP가 검출된 사실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지역보다 오염 수치가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독성물질이 중국의 강보다 오염 수치가 높은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POP에 오염된 물질이 깊은 해구에 도달한 뒤,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마리아나 해구의 갑각류에서 높은 오염 수치의 독성물질이 발견된 것은 사실상 '지구의 모든 곳이 오염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구 곳곳이 환경 오염에 시달리면서, 사람의 접근도 어려운 지역까지 쓰레기가 유입되고 강력한 독성물질이 발견됐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환경 오염 실태의 책임을 인류에게 돌렸습니다.

[뉴캐슬대학 앨런 제이미슨 교수]
"마리아나 해구와 같이 깊은 바다는 자연 그대로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접근도 어려운 서식지에서조차 이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오염물질이 발견된 것은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오랜 기간 손상을 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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