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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진을 부르는 남자' 유승민 징크스

꼬이는 언론 홍보, MB 같은 '운발'은 언제쯤?

[취재파일] '지진을 부르는 남자' 유승민 징크스
지난 28일 여의도 이룸센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 '경제통'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며 중국과 북한을 잇는 해저 터널을 건설하자" 정운찬 전 총리가 북한과 중국을 잇는 경제 비전을 내놓자, '대북 강경론자'인 유승민 의원은 반대 의사를 밝힙니다.

"중국 산동 반도와 북한을 연결하는 최단 지점은 황해도 장산곶입니다. 100km가 조금 넘는 거리입니다. 여기로 해저터널을 뚫으면 되지만 아직 남북 경협 재개는 시기상조입니다."

남북 경협보다는 김정은 '길들이기'가 먼저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도 아이디어를 내놓은 정 전 총리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라며 취재기자들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맞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구체적인 사실과 정보로 무장한 '스마트한' 정치인입니다. 특히 경제 정책 토론회에서는 상대방들이 불편할 정도로 강점을 보입니다. 경제 공약을 내놓을 때도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는 유승민 의원을 보면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유승민 대선주자
하지만 이렇게 똑똑한 정치인 유승민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2%에서 5%사이를 오가며 그나마 보수 대선주자 중에서는 선두권이라는 걸 위안삼는 정도입니다. 보수쪽에서도 진보쪽에서도 확실한 우군을 만들지 못하고,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짜 맞춰 놓은 '배신의 정치' 프레임이라는 덫에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언론 홍보 쪽에서 연이은 '불운'이 묘하게도 겹치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뭔가 작심하고 주요 공약을 발표하거나 방송 인터뷰에 나설 때마다 더 큰 뉴스가 터지면 길목을 막는 일이 계속되는 겁니다.

'불운'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아직 새누리당 소속이던 지난해 9월 12일, 유 의원은 JTBC 뉴스룸에 생방송 출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방송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으며 신중한 행보를 하던 유 의원이 '큰 마음 먹고' 방송 인터뷰, 그것도 생방송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불방이었습니다. 대선주자로서 포부와 비전을 준비하고 방송출연용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마친 상태에서 경주 지진 속보가 터졌습니다. 상암동까지 갔던 유 의원은 계속 대기만 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생방송 출연이 잡혔습니다. '모범생' 유승민 의원은 하루 종일 의원 회관에서 방송 준비를 하며 인터뷰에 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또 다시 경주에 강진이 나면서 출연은 완전히 꼬여버렸습니다. 인터뷰 내내 지진과 국내 안전 문제 등에 관해서만 얘기를 하더니 급기야 중간 중간에 인터뷰를 끊고 뉴스 속보까지 내보내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똑똑한' 유승민 의원은 마치 지진과 원자력 안전 문제 전문가처럼 동해안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줄줄이 설명했습니다. "뭘 물어봐도 잘 아는구나" 이날 인터뷰의 유일한 소득이었습니다.

지난달 16일 같은 방송에 다시 출연했습니다. 이날 새벽 2시 34분에는 경주에서 규모 2.9의 지진이 났고, 저녁 6시 20분에는 경남 합천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발했습니다. '지진을 부르는 남자' 유승민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사실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27일 유 의원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 나섰습니다. 대선주자, 그것도 주요 대선주자들이 모두 거치면서 자신의 비전을 밝히고, 공약과 신념을 검증받는 자리였습니다. 역시 그만큼 오랜 준비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주인공은 유승민 의원이 아니었습니다. 특검 연장 거부를 발표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유승민 의원의 앞을 막았습니다. 특검 만료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결국 연장을 거부한 황 대행 뉴스가 주요 방송의 '탑'을 차지했고, 이에 대한 정치권 반응 뉴스가 뒤를 이었습니다. 아, 물론 유승민 의원 뉴스가 아예 사장된 건 아닙니다. 황 대행의 결정에 대한 유 의원의 견해를 묻는 인터뷰가 짧게 실렸습니다.

다음날 이어진 정운찬 전 총리와 유 의원, 그리고 제 3지대론을 주장한 김종인 전 대표와의 토론회 역시 특검만료 뉴스에 가려졌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공유하면 대선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측면에서 세 사람의 만남은 정치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높은 뉴스였습니다. 유승민 의원도 이번 토론회가 얼마나 어렵게 성사됐는지 강조하면서 비중있는 보도를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달리 결과는 역시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불운'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지, 지지율이 낮아서 뉴스가 사장되는 불운이 겹치지는 건지,선후 관계를 명확히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 환경까지 더욱 꼬이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유 의원은 3월 13일 이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이 이뤄지면 지지율을 포함한 여러 정치적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걸 기대하고도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하늘이 돕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같은 언론 홍보와 관련된 '행운'이 유 의원에게도 일어날 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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