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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대통령 최후진술 꼼꼼히 따지니…공허한 의견서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27일)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써 가면서 모든 탄핵 소추 사유를 부정했는데, <사실은> 장훈경 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탄핵소추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기업들이 한 770억 원 정도 출연을 했는데, 대통령은 이게 모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거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말이죠.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하고는 완전히 정반대네요.

<기자>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돈 냈다고 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어제 재판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가 새롭게 공개됐는데요, "기금 출연 사실은 나중에 알았지만 미리 알았다고 해도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할 순 없었을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경우에는 "청와대 요청을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 재단을 지원을 결정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는 대통령이 기업의 출연 액수 등을 지시했단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한데요, 어제 법정 증언에서는 32년 동안 포스코에서 일했다는 최모 부사장에게 검찰이 "미르나 K 스포츠 재단처럼 갑자기 전화와서 수십억 원을 받으려고 한 경우가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일해재단이 기억난다. 그 외에는 기억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일해재단이라는 거는 5공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업들한테 강제로 모금을 해서 만든 재단 얘기잖아요?) 예, 맞습니다.

당시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이 일해재단에 돈을 적게 냈다는 이유로 전두환 정권에 밉보였다가 그룹이 해체당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미르, K스포츠… 뭐 이런 재단이 있냐, 이런 질문도 나온 적도 있었죠?

<기자> 

네, 강일원 재판관 질문이었는데요, 대통령의 말대로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재단이라면 안종범 전 수석이 나중에 "증거 없애라", "청와대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마라" 대체 이런 말은 왜 했냐는 겁니다.

당시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거기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는데 (이 질문이 아주 콕 찌르는 질문이었어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어제 대통령 의견서에도 여기에 대한 답은 없었습니다.

<앵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각종 청와대 문건이 유출 된 것, 그것도 대통령 측에서는 "대통령이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라고 이야기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청와대가 문건 유출을 지시한 적 없다"는 말은 거짓에 가깝습니다.

대통령 진술서면은 그간 특검이 밝혀낸 수많은 통화기록과 관련자들 사이를 오간 문건 파일 등, 증거를 송두리채 부정하는 겁니다.

실제 정호성 전 비서관은 170여건의 문건을 최순실 씨에게 건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다시 수정돼 되돌아온 건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또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은 자료를 수정할 능력은 없지만 대통령이 의견을 구해보라고 지시했고 거의 매일 같이 최 씨에게 문건을 보내고 통화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유라 씨의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KD 코퍼레이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최순실과 관련된 건지 모르고 유망한 중소기업을 키우라고 부탁을 했던거다." 이건 어떻게 봐야 되나요?

<기자>

네, 실제로 현대차는 KD 코퍼레이션과 성능 테스트도 없이 10억원 정도의 납품 계약을 맺어주고, KD 코퍼레이션은 그 대가로 최순실에게 명품 가방과 4천만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진술이 좀 엇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난 9일 헌재 변론에서 대통령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보고를 받아서 KD 코퍼레이션을 알았기 때문에 이 회사와 최순실의 관계를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대통령 의견서에는 최순실 씨가 KD 코퍼레이션을 소개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에게 대체 이 회사를 누가 소개 했는지 말이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의견서가 최순실과의 관계를 더 자백을 한 셈인 것도 되겠네요.)

<앵커>

자,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마자 여러차례 보고 받았고 여러가지 지시도 했다고 의견서에 또 나왔단 말이죠.

<기자>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이번에도 빠져 있었습니다.

그냥 다 "사실이 아니다" 라는 수준으로 밝혔는데요, 보시다시피 따져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만, 대통령은 질문을 받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곤란했는지 헌재에 직접 나오진 않고 서면만 제출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공허한 의견서였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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