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배달사고 촌극…오스카작품상 '라라랜드'→'문라이트'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오스카 작품상이 '문라이트'가 아닌 '라라 랜드'로 처음에 잘못 발표됐던 것은 '봉투 배달 사고'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오스카 시상식 투표를 82년 동안 담당했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발표자에게 봉투를 잘못 전달해 수상작이 뒤바뀌었다며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발표자들이 다른 부문의 엉뚱한 봉투를 잘못 전달 받았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봉투를 어떻게 다뤘고, 무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전날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벌어진 사건은 오스카 역사상 최대 오점으로 기록될만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표되는 작품상 발표자로 나선 원로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는 수상작으로 '라라 랜드'를 호명했고, 이 영화의 제작자들이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발표하며 감격을 나눴습니다.

세 번째 수상소감 발표가 끝났을 때, 사회자 지미 키멜이 황급히 나서 수상작이 적힌 봉투를 보여주며 '문라이트'가 수상작이라고 정정 발표했습니다.

장내는 술렁였고, 수상작이 정정되자 '라라 랜드' 제작진은 트로피를 '문라이트' 제작진에 넘겨주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비티가 수상자 호명 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 있긴 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받은 봉투에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에마 스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영화 이름이 '라라 랜드'였다"며 "그래서 좀 오래 들여다봤다"고 말했습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적힌 봉투가 잘못 전달된 것임을 짐작게 하는 발언입니다.

작품상 호명 뒤, 수상소감을 발표하던 '라라 랜드' 프로듀서 조던 호로위츠도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이상한 점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호로위츠는 시상식 뒤 파티에서 "봉투를 들고 소감을 말하는데 헤드셋을 찬 사람들이 보여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은 내가 열지 않은 봉투를 열어보자고 했고, 봉투에는 '에마 스톤, 라라 랜드'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헤드셋을 찬 사람들이 황급히 다른 봉투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중 봉투가 나타났고, 그 가운데 한 명이 연 봉투에 '문라이트'라고 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봉투 담당자 2명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컬리넌은 작품상 발표자들에게 에마 스톤 이름이 적힌 봉투를 잘못 전달하기 직전 트위터에 스톤 사진을 올렸습니다.

컬리넌은 발표자들이 무대로 올라가기 전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며 "여우주연상 에마 스톤 백스테이지!" 라고 썼습니다.

이 트윗은 지워진 상태로, AP통신은 이 트윗이 작품상을 발표해야 할 시상자들이 여우주연상 수상을 알리는 봉투를 잘못 넘겨받은 이번 사건의 명백한 증거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80여 년간 공들여 쌓은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영화 관계자들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이해 못 할 실수를 한 원인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소동이 인간의 실수와 TV 생중계가 맞물려 엄청난 효과를 낸 오스카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반전 중 하나이자, 영화업계가 1년 가운데 가장 기념하는 날에 일어난 아픈 기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