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 1000명당 사망률은 안전띠를 착용하면 3.95명, 착용하지 않으면 14.65명이라고 합니다. 무려 3.7배나 높아지죠. 안전띠를 하면 더 안전합니다. 모두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근데 이 당연한 조치를 우리는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당연하니까 안 하는 건가요.
10여 년 전만 해도 좀 답답하다는 이유로 앞좌석에 타도 안전띠를 잘 안했습니다. 단속 경찰이 나타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안전띠를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습니다. 이제는 앞좌석 안전띠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뒷좌석이 문제입니다. 택시에서 안전띠를 하려다 당황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습니다. 뒷좌석에 타 안전띠를 찾는데 좌석 깊숙이 숨겨져 있어서 일단 꺼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렵게 끄집어내고 나니 망가져 있어서 제대로 잠기지가 않았습니다. 기사에게 얘기했더니 '뭘 그런 걸 가지고 유난을 떠냐'는 식의 반응이 나와 꽤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좀 오래된 좌석버스를 탔을 때도 앉았던 자리의 안전띠가 고장나 있어 멀쩡한 안전띠를 찾아다녔던 경험도 있습니다. '설마 내 차에, 이 차에 사고가 나겠어' 하는 생각에 그렇게 했겠죠. 모든 교통사고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일 겁니다.
이런 소리가 나지 않게 차를 살짝 개조하는 운전자도 목격했습니다만, 쇼핑몰에서 간편하게 이를 차단하는 장치를 판매하는 겁니다. 단돈 5천원이면 구입 가능합니다. 어떤 원리냐, 안전띠에서 띠를 빼고 좌석 옆자리에 끼우는 클립만 따로 팝니다. 이걸 끼우면 안전띠를 한 것처럼 차량은 인식합니다. 이런 클립을 끼울 정도로 안전띠 하는 게 귀찮은 걸까 싶지만 다양한 상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주행 중 화면이 꺼지게 돼 있는 차량용 DMB를 개조해 주행 중에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스마트폰으로 운전 중에도 야구 중계나 드라마를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찾아보면 다른 상품이나 행태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위의 '경고음 차단 클립'은 각 온라인쇼핑몰에 판매 중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들 쇼핑몰은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외의 다른 상품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단속하는 것도 힘듭니다. 설사 단속을 하더라도 틈새를 노리고 또다른 상품들이 개발되고 판매될 테죠. 정부는 2019년부터 모든 좌석에서 안전띠 하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를 모든 자동차에 의무 장착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런 상품이 더 많이 팔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와닿지 않는 '목숨'보다는 '편의'가 중요해서 그런 듯합니다. 안전띠 매면 불편하고 답답하고 아이들이 장거리 운전할 때 뒤에서 칭얼대면 귀찮고 차 운전하면서도 야구 경기가 궁금하고... '설마 내 차에 사고가 나겠어' 하는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상품 판매도, 교통사고 피해도 크게 줄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데 조금 귀찮더라도 자기 목숨은 스스로 잘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