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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럽투어 3승 왕정훈 "평생 소원은 마스터스 우승"

[취재파일] 유럽투어 3승 왕정훈  "평생 소원은 마스터스 우승"
"통산 몇 승 보다 마스터스 그린 재킷이 내겐 더 소중..벌써 떨리고 설렌다"
"따로 레슨 받은 적 없고 아버지가 코치…톱스타 버바 왓슨도 레슨 안 받아"
"올해 목표는 2승 이상·세계 랭킹 10위권 이내 진입"


지난해 유럽프로골프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역대 최연소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신인왕에 올랐던 왕정훈이 올해도 벌써 1승을 올려 심상치 않은 활약을 예고했습니다. 현재 세계랭킹이 42위,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선수는 미국 PGA투어에도 주요 대회에 출전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왕정훈은 다음 주부터 4월 초 마스터스까지 5주 동안 4개의 PGA투어에 잇달아 출전해 우승에 도전합니다.

다음 주 멕시코에서 열리는 WGC 멕시코 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애플라이드'와 의류 후원 조인식에 참석한 왕정훈은 기자회견에서 올시즌 목표와 마스터스 출전을 앞둔 소감 등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유럽투어) 2승을 했기 때문에 올 시즌 목표는 2승 이상을 거두는 것이고, PGA에서 우승하면 더 좋겠다. 세계랭킹은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 라고 밝힌 왕정훈은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면서 경기장에 가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편해졌고 대우가 달라졌다. 어릴 때 고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왕정훈은 중학교 때 골프 환경이 좋은 필리핀으로 건너가 아버지한테 골프를 배우면서 중국과 아시안투어를 떠돌며 '골프 노마드(유목민)' 로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왕정훈은 "아침에 해 뜰 때부터 저녁에 해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연습을 했다. 얼굴이 시커멓게 타고 손에 물집이 터지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밥 먹는 시간 빼고 계속 골프 채를 휘둘렀다" 고 주니어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왕정훈 기자회견 모습
고생 고생 끝에 지난해 대기 선수로 출전한 유럽투어 '하산 2세 트로피'에서 연장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사건이 왕정훈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왕정훈은 곧바로 아프리카에서 이어진 모리셔스 오픈에서도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유러피언투어 사상 최연소 2개 대회 연속 우승의 쾌거를 이루고 전 세계 팬들에게 왕정훈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습니다.
 
왕정훈은 "첫 우승 대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대회가 없었다면 3승을 못했을 것 같다. 너무나 극적인 역전승이었다"고 되돌아봤습니다.

다음 주부터 미국 PGA투어에 도전하는 왕정훈은  "PGA 투어도 정복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왕정훈은 WGC 멕시코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PGA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과 WGC 델 매치플레이, 그리고 4월 초 열리는 꿈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까지 5주 사이에 4개의 PGA투어 대회에 잇달아 출전해 우승에 도전합니다.
 
왕정훈은 "이번 4개 대회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잘하면 PGA 시드를 확보할 수 있다. 올해 PGA투어에 10개 대회 정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중에 이번 4개 대회에서 5억~6억 원 정도 상금을 벌면 시드 확보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일단 멕시코 대회부터 잘 치르고 첫 출전하는 마스터스 대회에 모든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월 27일까지 세계랭킹 50위를 유지하면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얻게 되는 왕정훈은 "골프 선수로서 통산 몇 승을 하느냐 보다는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어보는 게 나에겐 더 중요하다. 마스터스에서 우승 한 번 해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벌써 마음은 오거스타로 가 있다. 빨리 코스를 구경하고 잔디도 밟아보고 싶다. 마스터스 깃발만 생각하면 항상 설렌다"고 덧붙였습니다.

왕정훈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아버지 외에 다른 누구에게 골프 레슨을 받아본 적 없습니다. 이에 대해 기자가 따로 질문하자 거침 없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버지한테 골프의 모든 걸 다 배웠다. 아버지의 레슨 방법이 내겐 너무 편안하다. 꼭 유명 프로한테 레슨을 받아야 골프를 잘 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PGA 장타자 버바왓슨도 레슨을 한번도 받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PGA 9승을 하지 않았나. 누구한테 레슨을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스윙을 편안하게 익히고 실전에서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숏 게임 능력이 탁월하다고 치켜세우자, 왕정훈은 "연습량이 엄청 많았고 아버지의 손 맛과 감각을 타고 난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습니다.

비거리가 좀 줄어든 것 같다고 묻자 "예전에는 드라이버 샷을 가볍게 300야드는 날렸는데 요즘은 잘 맞아야 겨우 300야드 나간다"면서 "작년 말부터 안 하던 체력 훈련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왕정훈은 올림픽 얘기로 인터뷰를 끝냈습니다.

"작년 리우 올림픽에는 나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김경태 선배가 불참하면서 그 다음 순위였던 내가 어부지리로 나갈 수 있었는데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좋은 경험을 했으니 3년 뒤 도쿄올림픽에는 자력으로 출전해 메달도 노려 보겠다. 아직 3년이나 남았으니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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