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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연장 필요하지만"…정세균, 결국 못 꺼낸 '직권상정 카드'

정세균 국회의장이 23일 야권의 압박에도 끝내 특검 연장안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여야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론에 따라 의장으로서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발동하지 않은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특검 연장 승인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여야가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정 의장이 직권상정 카드를 쓸 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애초부터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이번 사안이 특검법에 따라 황 권한대행이 결정할 문제이지,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 같은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야권은 이날 본회의가 특검 공식 수사기간 종료 전에 특검 연장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란 점에서 정 의장이 직권상정 권한을 동원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나, 정 의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필수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었다.

특히 야당 측 원내대표들이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현재가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직권상정을 요구했음에도 정 의장은 난색을 보였다.

정 의장은 회동 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입법기관인 국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여야 합의가 없는 한 국회의장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특검 연장의 열쇠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다"며 "지금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특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개인적으로는 특검 연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의사진행은 결국 현행 국회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원칙에 충실한 셈이다.

애초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4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 의장을 단체로 찾아가 특검 연장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려 했었다.

그러나 정 의장은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가 모여서 마지막으로 논의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결국 자유한국당이 참여하는 회동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9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파문 당시에도 정 의장은 의장직 사퇴까지 요구하며 극렬 반발하는 여당에 대해 국회법을 준수한 의사진행이었다는 입장으로 맞서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으로서는 자신의 결단에 따른 정치적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 심판 막바지에 돌입한 현시점에서 자칫 직권상정 카드를 꺼냈다가 여당의 반발과 그에 따른 국회 파행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탄핵동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또 직권상정 카드를 써서 특검이 연장될 경우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정 의장 측의 한 관계자는 "지금 특검 연장 여론이 70%를 넘지만, 그것이 국회법을 어겨가면서 하라는 것은 아니란 것에 의장의 고민이 있다"면서 "아직 황 권한대행의 선택이 남아 있고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풀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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