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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겨울 춥다더니 실제론 '따뜻'…포근한 봄은 올까?

■ 겨울 춥다더니, 평년보다 1.2℃ 높아

아직은 날이 춥습니다. 좋은 소식은 금요일까지 추위가 계속되다가 주말부터는 날이 조금 풀린다는 겁니다. 다음 주도 꽤나 포근한 봄 날씨가 예상됩니다.
포근한 겨울, 활짝 핀 홍매화

그런데 이번 겨울 춥다고 느끼셨나요? 아니면 겨울치고는 덜 춥다고 느끼셨나요? 한파가 자주 찾아왔지만 작년 1월처럼 서울이 영하 15℃ 이하로 떨어지는 극한추위는 없었습니다. 특히 12월 17일부터 1월 10일까지는 3월 초순의 날씨가 나타났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0일에 서울 기온은 무려 13.6℃였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사실 이번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지난 30년 간 겨울철 평균 기온은 0.3℃인데, 올해는 이보다 1.2℃나 높은 1.5℃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평균 기온이 -0.2~+0.8℃ 사이일 때 평년과 비슷하다고 정의합니다. 이번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던 겨울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은 지난 11월 겨울철 기상 전망을 발표할 때, “겨울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정 반대 분석을 내놓은 거죠. 단순히 보면 ‘기상청의 계절전망은 믿기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 예측 불가능한 여름과 겨울의 반복
북극 해빙
계절 날씨를 예측할 때 다양한 변수가 작용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북극 해빙 면적>과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정도, <엘니뇨>나 <라니냐>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지난 겨울이 추울 것으로 예보됐던 큰 이유 중 하나가 ‘북극 해빙 면적’입니다. 최근 북극은 겨울인데도 영상권 날씨가 나타나는 등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됐습니다. 가을철부터 이런 현상이 이어졌고 최근 북극의 해빙은 관측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녹아 있습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 1월 북극의 해빙 면적은 1,340만 ㎢입니다. 역대 가장 작은 값입니다. 2월 달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2월은 아직 5일정도 남았지만 현재 해빙 면적은 1,403만㎢로 이는 역대 최저치인 작년 1,430만㎢보다도 적은 수치입니다.

북극 해빙 면적이 작다는 의미는 한반도에 한파나 꽃샘추위가 찾아오기 쉽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극에는 폴라 볼텍스(Polar Vortex)라고 하는 북극 소용돌이가 있는데 이게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놓고 있습니다. 북극이 꽝꽝 얼어있을 때는 북극 소용돌이가 강하지만, 북극이 이상고온으로 따뜻해지면 이 소용돌이가 약해집니다. 즉, 북극이 따뜻해지면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갇혀있던 찬 공기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영하 60도나 되는 공기인데, 한반도에도 영하 30~40도의 찬 공기가 찾아옵니다.

이를 근거로 북극의 해빙 면적이 적다는 것은, 북극 소용돌이가 계속 약해진다는 신호이고, 찬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흘러내리면서 겨울철에 극심한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량적으로 해석하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었고, 이를 비롯한 다양한 기후학적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올겨울은 추울 것이라 예고 됐던 겁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 날씨 연구 속도보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

북극이 전부가 아니었던 겁니다. 이번 겨울에 기상청은 평소와는 다른 특이 기상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태평양 부근에 굉장히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자리 잡은 겁니다. 여름철에나 있을법한 ‘해양성 기단’이 발생한 겁니다.

이 해양성 기단은 위도 20°인 타이완 부근까지 세력을 넓혔습니다. 겨울에는 이 따뜻하고 축축한 공기가 더 남쪽에 머물러야 하는데 중위도 지역까지 올라오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는 걸 막는 일종의 벽이 되었습니다. 북극의 찬 공기는 중국과 북한을 강타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 뜨거운 공기가 왜 이렇게 발달했는지,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기상학적 복병을 이번 겨울 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에도 마주했습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 손꼽히는 2016년 8월 폭염입니다. 무려 한 달 가까이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폭염
기온이 40℃까지 오른 곳도 있었고 더윗병 사망자와 가축폐사가 잇따랐습니다. 기상청도 폭염의 장기화를 예측하지 못했고,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했습니다. 발생확률 0.68%, 15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폭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중국에 고온 건조한 고기압이 발달했는데, 이른바 ‘열파 고기압’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발달한 열파고기압이 한반도에 뜨거운 바람을 계속 불어넣었습니다. 현대 기상 관측 이래 경험하지 못한 일입니다.

우리가 예상하고 있지 않던 기상 현상들이 한반도의 날씨를 예상과는 정 반대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아직 어떤 요인이 날씨를 결정하는지 전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장기 예보(계절 전망) 쪽에서는 어떤 요인이 있는지 50%를 채 알지 못한다는 게 학계의 견해입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조차 의견이 엇갈립니다. 이번 겨울날씨를 결정하는 강한 신호는 북극에 있다고 주목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더 강한 요인들이 날씨를 결정했던 겁니다.

과학의 발전 속도보다 기후변화 속도가 빠른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구논문은 끊임없이 나오고, 학계가 인정하는 성과도 제법 있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현상이 더 많이, 더 자주 펼쳐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류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벌써 400ppm을 넘었고, 이미 북극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괴상한 이상기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 따뜻한 봄 올까?

기상청은 오늘 3, 4, 5월 봄철 계절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봄은 따뜻할 것으로 예측 됐습니다. 봄철 평균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이란 전망입니다. 3월엔 때로 꽃샘추위가 있겠지만, 중국 북부에 찬 공기 세력이 강하진 않아서, 극한의 꽃샘추위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입니다. 봄철 전망은 여름이나 겨울보다는 조금 쉽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특히 기상청은 작년 봄철 전망은 매우 정확했다고 자체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또 3월은 최근 10년간 기온이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고, 5월에는 이상 고온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평균적으로 봤을 때 따뜻한 봄이 될 확률이 높고, 예측도 비교적 다른 계절보다는 정확할 겁니다.

하지만 역시 추론에 많은 부분은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대규모 현상도 없고, 북극 해빙은 봄 날씨와 관련이 적을뿐더러, 최근 기압배치로 3월까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4월과 5월엔 또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확실한 기상학적 신호가 없습니다.
봄비
문제는 기온보다 강수량입니다. 봄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에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봄 강수량을 평년 수준으로 예고했지만, 특히 가뭄이 극심한 충청과 강원 영서 지역은 강수량이 부족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남부지방 중심으로 비가 예상돼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봄 강수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지 연구할 부분이 많습니다. 따뜻하고 촉촉한 봄이 아닌 메마르고 뜨거운 봄이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기상청의 계절전망이 엇나가는 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할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연구와 예측의 한계가 계속 늘어나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기상청 계절전망은 어쩌면 온 인류가 같이풀어가야할 숙제란 얘기입니다. 기상청의 예측대로 올해는 따뜻하고 촉촉한 봄이 찾아 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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