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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말 못해요"…'신상' 스마트폰 음성비서가 무용지물이라면?

[취재파일] "한국말 못해요"…'신상' 스마트폰 음성비서가 무용지물이라면?
"자비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그 이름, 바로 '자비스'죠?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하는 모든 동작을 실행하는 명령은 버튼이나 액정 터치가 아닌 '음성'으로 전달됩니다. 그 음성 명령을 실행하는 '자비스', 요즘 IT 업계에서 핫한 인공지능 AI '음성비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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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쓰고 계신가요? 아이폰7을 사용해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를 호출해봤습니다. 홈버튼을 꾸욱 길게 누른 뒤 '자비스'라고 불렀는데요. 그랬더니 아이폰에서 "혹시.. 토니 스타크 회장님이세요?"라는 여성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위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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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는 비트박스도 연습했다고 합니다. 시리는 2012년부터 한국어 말문이 트인 뒤, 이젠 '북치기박치기' 비트박스도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간 한국어를 '열공'했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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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질문도 해 봤습니다. 경쟁사 삼성의 갤럭시 제품 출시에 대해 여러번 물었습니다. 약간 당황한 말투가 느껴지는 "저는 바꾸지 않을 거예요"라고도 하고, "저도 안드로이드를 써 본 적이 있는데요, 제 전기 양이 먹어버렸어요"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삼성 스마트폰은 대부분 안드로이드를 쓰지요. '안드로이드'라는 말이 들어간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말장난을 '이스터 에그(Easter Egg)'라고 합니다. 부활절 달걀 찾기 놀이처럼, 개발자가 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말하는 건데요. 인공지능 AI 음성비서의 기술수준과는 직접 연관은 없을수도 있습니다. 특정 단어에 대해서 사전에 이렇게 응대하도록 심어놓은 것이니까요. 그래도 음성비서가 한국어를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포인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글 어시스턴트

요즘 IT업계에서 관심받고 있는 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입니다. 지난해 5월 첫 출시됐습니다. 지금은 구글 메신저 '알로(Allo)'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삼성 갤럭시 노트5에 알로를 다운로드 받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소환'해 봤습니다. 인사도 하고 이름도 물어봤더니, 자기 소개도 척척 하고 개발자인 구글 엔지니어들에 대해서도 '썰'을 풀어놓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직접 만드는 픽셀폰 외에, LG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G6'에 세계 첫 탑재돼 곧 국내에도 출시됩니다.    
 
● 한국말 못하는 음성비서 채택한 LG G6, 국내 소비자 반응 어떨까?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한국말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한국말은 못해요"라고 대답합니다. 일본어는 할 줄 안다고 하네요. "한국말을 언제쯤 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공부 중이에요"라고 에둘러 답을 합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서비스가 언제쯤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가 구글과 IT 업계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이후, 신형 스마트폰 출시가 뜸하면서 휴대전화 단말기 교체를 미루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가 상당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올해 첫 포문을 여는 'LG G6'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LG전자는 'G6'의 중요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로 구글 어시스턴트 채택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어는 못하는 음성비서, 언제쯤 한국말을 할 수 있을지도 요원한 상황.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주목됩니다. 스마트폰 전문 사이트나 카페에서는 "LG G6는 북미 시장만 중요한 거냐"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 인공지능은 지금 "한국말 열공 중"

얼마전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국내 한 대형병원에 도입됐습니다. IBM의 왓슨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구글의 '알파고'만큼 유명한 인공지능이죠. 왓슨은 암진단에 높은 수준을 갖춘 '닥터 AI'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왓슨은 아직까진 한국말을 못 합니다. 그래서 SK C&C와 협력해 현재 '한국어 맹열공중'이라는데요. 왓슨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한국말 할 줄 아는 음성인식 비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말 하는 왓슨은 국내 보험사의 전화업무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한국 시장은 북미나 중국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IT '테스트 베드'의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탯 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안드로이드의 국내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81.5%나 됩니다. 구글이 한국어 서비스를 서둘러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LG전자가 구글 어시스턴트를 도입하면서 왜 한국어 서비스를 강하게 요청하지 못했는지 아쉬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LG G6 출시 한두달 뒤쯤엔 삼성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이 나옵니다. 갤S8에는 '빅스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삼성이 자체 개발한 음성비서가 첫 선을 보인다고 하고, 한국어와 영어 등 7~8개 언어를 할 걸로 예상됩니다. 빅스비의 한국어 인식 수준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빅스비는 어떤 위트있고 센스있는 '이스터 에그'를 담고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그간 갤럭시 S보이스는 좀 심심하고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단지 말장난일 뿐이라도, 이스터 에그를 보면 제품 개발자의 세계관이나 철학, 인문학적 깊이나 취향이 반영되고 이는 그 기업 문화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애플 시리에게 '시리'의 뜻을 물어보거나,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아이폰'의 뜻을 한번 물어보시면 재미있는 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에게는 영어로 물어보셔야 될 겁니다.)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삼성 갤럭시노트5 S보이스
마지막으로 각 IT 업체들이 상대 경쟁사에 대해 어떤 이스터 에그를 숨겨놓았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도 보이지요? 구글이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는 경쟁관계라고 보기 어려우니, '적당한 인사치레' 정도인거 같고요. 애플의 시리는 경쟁사인 삼성과 LG에 대해 '판단'이 담긴 코멘트를 하네요. 갤럭시 반응은, 꽤 솔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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