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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기업만이 100년 간다"…재벌에 '도덕혁명' 시작되나

그룹 콘트롤타워 축소·해체, 법무·감사 강화 '대세'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재계는 올해 초부터 유난히 준법·투명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굴지의 그룹들이 '정·경 유착' 의혹과 함께 이미지 타격은 물론 사법처리 위기에까지 몰린 만큼, 근원적으로 문제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다.

'준법·투명 경영'의 기치를 올린 것은 재계 5위의 롯데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 21일 단행한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에서 '그룹 본사'격인 정책본부 조직을 크게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위원회'라는 새로운 두 개 조직으로 나눠 출범시켰다.

신설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관련 규칙과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롯데는 기존 정책본부 소속 인원 200여 명을 크게 줄여 본사에 140명만 남기면서도 거의 3분의 1인 40명을 이 위원회 아래 둘만큼 '준법·투명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이런 방향의 조직 개편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 넘게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작년 말과 올해 초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끊임없이 '특혜' 논란을 겪은 뒤 내놓은 '자성'의 결과라는 게 롯데 안팎의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 현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준법경영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군을 4개로 나누며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 것도 '경영 투명성' 방안의 하나라는 게 롯데의 주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미뤄지긴 했지만, 당초 삼성그룹의 올해 인사와 조직 쇄신의 초점도 미래전략실 해체 등 조직 투명성 강화에 맞춰졌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이 최순실 모녀의 승마 관련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도 미래전략실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창업자인 선대 회장이 만든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팀 등으로 구성된 그룹 '컨트롤타워'다.

현재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명의 임원과 고참급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같은 청문회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가 끝나면 절 포함해 조직의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탈법·위법과 연루된 징계성 인사도 예고해놓은 상황이다.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CJ그룹의 인사와 조직 개편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된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준비 단계로서의 조직 개편, 이재현 회장 사면을 위해 비대해진 그룹 법무·홍보 조직 등의 축소 등이 우선 예상되지만, 준법·투명 경영 강화 시스템에도 과연 CJ가 얼마나 신경을 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 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자"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 등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기업들도 '준법'을 속속 핵심 경영가치로 앞세우는 추세다.

최순실 사태 등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불투명한 의사 결정과 위법이 결국 한 기업의 존립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달 1일 농협중앙회의 경우 회장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직원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잘못된 관행 타파, 조직문화 혁신, 법령과 규정 준수, 부패 근절 등을 다짐했다.

지난달에는 KDB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의 경영 투명성 혁신안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산은 회장이 정하던 임원을 올해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과 회장의 금융위원회 추천을 통해 뽑고, 내부통제위원회에 사외이사도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수은 역시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하고 준법감시인도 둘 방침이다.

같은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투명·책임 경영을 위해 이사회 의장 자리를 외부 인사에 개방하며 '이사회 독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에는 수조 원의 분식 회계와 직원 비리 등으로 논란이 된 대우조선해양이 투명 경영 대책 차원에서 노동조합에 감사위원회 참여를 허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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