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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빙속 여제' 이상화의 눈물

저는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동계아시안게임을 취재하기 위해 '눈의 도시' 삿포로에 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기는 삿포로 시내와 인근 지역에서 열리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삿포로에서 200km 떨어진 오비히로라는 도시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강릉 정도의 거리입니다. 어제(21일) 오비히로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비록 이번 달 초 강릉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 이어 또 라이벌인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부상을 딛고 따낸 값진 메달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 500m는 이상화의 올 시즌 마지막 레이스였습니다.      
경기 마친 이상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위해 이상화 선수를 만났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고 씩씩했습니다. "시즌 마무리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게 끝낸 거 같아서 굉장히 기분 좋아요. 왜냐하면 저는 올해 가장 큰 목표를 종목별 세계선수권으로 잡았고,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었거든요. 올 시즌 4차례 월드컵 출전했을 때보다는 좋아진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해요."
인터뷰하는 이상화
이상화 선수는 오래 전부터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려 왔고, 올 시즌에는 종아리 부상까지 겹치면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레이스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습니다. "제 몸 상태가 올해는 좀 별로 안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감기에 걸려 있고요. 종아리 부상도 있었고. 핑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저한테는 많이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처음 스타트해서 나가는, 빠르게 100미터를 올려야 하는 구간에서 통증이 찾아와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마지막 대회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괜찮아요."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이상화 선수는 "부상도 있었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즌을 마쳤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요?"라는 질문이 나오자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끝나고 그 시즌이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 다음으로 이번이 두 번째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여름에.. 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려고 하죠.. 여름에 열심히 운동했는데 그거에, 기대에 약간 못 미친 것 같아서 아쉬워요."
눈물을 보이는 이상화
눈물을 보이는 이상화
▶ 또 '라이벌'에 막혔다…끝내 눈물 보인 이상화 (2월 21일 8시 뉴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상화 선수가 지난 여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종아리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을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올림픽 2회 연속 챔피언'이라는 타이틀, 언제나 1등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그래서 1등을 못하면 '부진'이라고 표현하는 모두의 큰 기대가 이상화 선수에게는 어쩌면 부상보다 더 큰 '마음의 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언론(저를 포함)이 이상화 선수의 이름 앞에 붙이는 '빙속 여제'라는 칭호조차 이상화의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요. 

그래도 역시 이상화 선수는 당당했습니다. 그리고 평창의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오히려 이게 괜찮은 것 같아요. 올해가 만약 올림픽 시즌이었다면 정말 큰 패닉이 왔을 것 같은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올림픽 전에 계속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되는데, 오히려 이게 저한테는 좋은 것 같아요. 내년에는 이 선수(고다이라 나오)가 더 부담을 안고 하겠죠. 물론 그 선수도 경험 많은 선수지만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일단 믿음 하나와 자신감 하나만 가지면 별 무리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매달 수여식
밝게 웃는 이상화
올 시즌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친 이상화 선수는 종아리 부상부터 완벽하게 치료하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내년 평창올림픽 준비에 나섭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다음 시즌 건강하게 돌아와 힘차게 빙판을 누비는 이상화 선수의 모습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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