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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후배 덕분"…파킨슨병과 싸워 14년 만에 졸업

아주대 02학번 김건 씨·옆 지킨 후배 09학번 구림균 씨

재학 중 파킨슨병을 진단받고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14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따낸 30대 청년과 그 옆을 지킨 20대 후배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주인공은 아주대학교 응용화학생명공학과 02학번 김건(35)씨.

새내기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그는 스무살 한창인 나이 때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2학기에 휴학계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에게 길을 걷다가도 몸이 조금씩 꼬이고 이유 없이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에 김씨는 복학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치료와 재활에 전념한 김씨는 상태가 점차 나아지자 공부에 대한 열의를 다시 불태웠고, 8년 만인 2010년 1학기에 캠퍼스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인지 동기들은 모두 졸업한 뒤여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에게도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

홀로 학부생활을 이어가던 김씨는 다음 해 가을, 우연히 가입한 탁구 동아리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갓 복학한 기계공학과 09학번 구림균(27)씨를 만났다.

김씨를 대하는 구씨의 태도는 처음부터 허물없었다.

전공은 달랐지만, 둘은 틈만 나면 동아리방에서 만나 수다를 떨거나 밥을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구씨는 김씨가 휴대전화로 수업내용을 녹음한 파일로 노트 정리를 도왔고, 형의 과제도 살뜰하게 챙겼다.

그러던 2013년 2월 김씨는 건강이 나빠져 뇌수술을 받게 되면서 공부를 중단해야만 했다.

불편한 몸 상태에도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졸업'"이라며 김씨는 기어코 강의실을 다시 찾았고, 결국 올해 졸업장을 손에 쥔다.

구씨와 한날한시에 졸업하게 돼 기쁨은 배가 됐다.

둘의 휴학 기간이 겹치면서 우연히 같은 날 졸업식에 선 것이다.

김씨는 22일 "림균이가 없다면 혼자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데 같이 졸업해 다행이다"라면서 "공부를 오래 쉬어서인지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많이 어려웠으나 림균이가 많이 도와줘서 무사히 학부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쉬면서 바리스타나 제빵기능사에 도전하고 싶다"며 새로운 포부도 밝혔다.

아주대학교 2017학년도 학위수여식은 이날 오후 아주대 체육관에서 열린다.

학교는 구씨에게 '인간존중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아주대 관계자는 "구씨는 '장애학생 도우미'가 아닌데도 질병으로 몸이 불편한 김씨를 옆에서 물심양면 도왔다"면서 "그의 행동이 진정성 있게 다가와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형과 같이 다니면서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면서 "건이 형에게 내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하고 때론 인생 상담을 받기도 하는 등 즐거운 대학생활을 함께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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