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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베네수엘라 갈등 고조…트럼프 정치범 석방촉구에 형기 유지

중남미에서 반미 성향이 가장 강한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부통령을 마약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제재대상에 포함하자 베네수엘라가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자국의 여권·비자 장사 의혹을 보도한 미 CNN의 스페인어 방송 송출을 막으면서 갈등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야권 정치범의 석방 요구에 베네수엘라 사법당국이 형기 유지로 맞대응하면서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16일(현지시간) 복역 중인 야권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가 작년 8월에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후안 카를로스 쿠티에레스 변호사는 "대법원은 오늘 하급심이 로페스에게 내린 14년형의 판결을 인용하며 항소를 기각했다"고 EFE통신에 전했다.

민중의지당의 지도자인 로페스는 지난 2014년 4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정부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로페스는 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친미 성향의 중도 우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로페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는 정치범이며 릴리안 틴토리의 남편인 로페스의 즉각적인 석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트위터 글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틴토리,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혼란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뇌물수수 혐의로 미국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알레한드로 톨레도 전 대통령을 추방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이뤄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베네수엘라를 언급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의 통화 사실을 알리면서 톨레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적 상황과 우려 사항들, 서반구에 민주적 거버넌스를 증진할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심복인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을 직접 겨냥한 미국의 제재가 베네수엘라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3일 아이사미 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미국을 연결하는 국제 마약밀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제재 명단에 포함하고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의 조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부통령 제제를 계기로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 떠오른 것이다.

이후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향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조치 철회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 공격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문제도 원치 않는다"고 한발 물러서는 등 정면충돌을 원치 않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가 전날 미국 CNN에 대해 스페인어 방송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양국 갈등은 격화됐다.

베네수엘라 국가통신위원회는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는 보도 때문에 행정 제재에 착수한다"면서 "CNN방송은 자국에서 스페인어 방송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CNN은 지난 6일 내부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주이라크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돈벌이를 위해 헤즈볼라 등 테러 단체 관계자들을 포함해 중동 출신자들에게 여권과 비자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00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17년간 사회주의가 이어진 베네수엘라는 강력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중남미에서 반미 대열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14년 반정부 시위 진압 후 야권 인사들을 탄압하자 미국 의회는 이 나라의 폭력, 인권침해자들을 제재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양국은 2010년부터 대사를 교환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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