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리 아파트 전기요금만 비싼 건 아닐까…따져봅시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7.02.16 14:22 수정 2017.02.16 17: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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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삽니다. 5천만 국민의 절반이 그렇습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50%에 육박합니다. 도시로 갈수록 아파트 비율이 높다보니 제 주변도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가 드물 정도입니다. 저도 벌써 27년 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8층에 살다, 4층으로 갔다가 지금은 3층입니다. 매달 아파트 관리비가 나옵니다. 여름과 겨울, 냉난방비 항목 정도나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다른 항목은 대개 비슷하니까 그냥 지나칩니다.

한국 소비자원에서 최근 아파트 관리비 내역에 주목했습니다. 여러 문제점을 조사해 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표했습니다. 요즘 TV가 없는 가정도 있어 수신료나 유선방송 비용을 낼 필요가 없는데 내고 있다거나 연체료 이자율을 제멋대로 책정했다는 내용도 눈길이 갔습니다만, 저는 전기요금 부분에 관심이 갔습니다.  계약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습니다.
종합 게약과 단일 계약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한국전력과 전기 사용 계약을 맺는데 대개 '단일 계약' 혹은 '종합 계약' 중 하나입니다. 전기 요금이 사용자별, 사용량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 있어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아파트 전기 요금에는 개별 세대가 사용하는 전기량이 있고 공용 시설,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 경비실, 노인정, 가로등 등에 사용하는 공용 사용량이 있습니다. 단일 계약은 이런 구분 없이 모두 '주택용 고압' 요금을 적용합니다. 종합 계약은 세대 요금과 공용 요금이 다릅니다. 세대는 '주택용 저압', 공용은 일반용 고압 (갑)을 적용합니다.

전기 사용량 따라 달리 정해져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일반용 고압 요금은 저렴, 주택용 저압은 비싸고, 주택용 고압 요금은 그 중간 가격입니다. 즉, 단일 계약은 전체 사용량에 중간 가격인 주택용 고압 요금을 적용 받는 것, 종합 계약은 세대 요금은 다소 비싼 요금을, 공용 요금은 더 저렴한 요금을 적용 받는 겁니다. 그래서 공용 시설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이 많다면 종합 계약이, 공용 시설 전기량이 적다면 단일 계약을 하는 게 아파트 주민들에겐 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소비자원이 서울 지역 아파트 112곳을 조사했더니, 단일 계약이 71곳, 종합 계약이 31곳 나머지는 호별 계약이거나 계약 방식 미표기였습니다. 이중에서 종합 계약을 한 31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만약 단일 계약으로 바꾼다면 최근 1년 간 전기요금이 얼마나 달라질지 비교해봤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54.8%인 17개 아파트는 단일 계약으로 변경하면 전기요금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4곳은 현재대로 종합계약을 하는 게 유리했습니다.

이 17개 아파트 중 A 아파트는 최근 1년 간 전기요금 합계가 5억 3천만 원 정도 됐습니다. 이중에 약 11%는 공용 사용량, 나머지는 세대별 사용량이었습니다. 공용 사용량이 높지 않은데 이에 대해 저렴한 요금을 적용 받고 89%인 세대별 사용량에 높은 요금을 적용 받는 거죠. 그래서 단일 계약으로 바꾸면 3천만 원 정도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세대 당 한 달에 4,400원, 1년에는 5만 3천 원 정도 덜 낼 수 있는 금액입니다. 또다른 B 아파트는 대규모 단지라 최근 1년 전기 요금이 30억 4천만 원인데, 여기서 16%가 공용 사용량이었습니다.

단일 계약으로 바꾸면 7800만원 정도가 절감됩니다. 한 세대당 월 평균 2,170원, 1년에는 2만 6천 원 정도 덜 낼 수 있었습니다. 계약 방식을 바꾸는 것 만으로 아낄 수 있는 돈입니다. 세대별로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지만, 전체 세대를 합치면 수천 만 원에 이릅니다. 이런 금액이 여러 해 누적되면 그 금액은 더 커지겠죠.

몇몇 아파트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어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종합 계약으로 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와 배치된다고 해도 "우리 계산으로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고 2-3년에 한 번 씩 체크해서 유리한 쪽으로 바꾼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 언제 다시 체크하냐 고 묻자, "올해 안에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약 방식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가 이슈가 됐던 사안입니다. 지난해 8월 대구지방법원은 3년 간 입주민들에게 불리한 전기요금 계약 방식(이 아파트는 종합 계약)을 유지했던 대구의 한 아파트 관리업체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3년 간 손해 본 금액은 1억 9천 2백만 원에 이르는데 법원은 절반에 해당하는 9천 6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난 여름 폭염 때문에 난방비가 치솟으면서 누진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 문제도 주목 받았던 사안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가운데 23%가 '종합 계약'을 택하고 있습니다. 4분의 1정도, 전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사니 8분의 1이 해당합니다. 물론 '단일 계약'으로 바꾸는 게 유리할 수도, 그대로 '종합 계약'을 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일 계약'인 아파트 중에서도 '종합 계약'으로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겠죠.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한국전력과의 계약은 관리 주체가 바뀌거나 하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1년 단위로 이뤄집니다. 상당수 아파트들은 이런 소송 사례도 있고 하니 어떤 방식의 전기 사용 계약이 유리한지 따져서 계약을 바꾸거나 유지하거나 하고 있습니다. 관리업체의 의무이기도 하고 입주민들은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문의하니 "현재 종합 계약 방식이고 이게 유리해서 그렇게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럴 것이라 믿지만, 한 번 한국전력 사이트에 가서 확인해볼 작정입니다.(http://cyber.kep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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