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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 노릴까 의심"…김정은, 화근의 싹 없애려 했나

<앵커>

이런 정황으로 봐서는, 암살의 지시자는 김정은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사실상 수족이 잘린 낭인 신세의 형을 왜 그토록 집요하게 제거하려고 했을까요?

안정식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

<기자>

김정남은 마카오와 베이징,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을 오가며 생활해 왔습니다.

권력에서 밀려났지만, 아버지인 김정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아서인지 명품을 사 입고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습니다.

언행에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2009년 1월, 후계자로 김정은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너무 이른 보도라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남 (2009년 1월) : 후계문제는 많은 것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모든 것은 아버지가 결정할 것입니다.]

2010년 10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엔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사람 누구도 할 수 없는 말을 김정일의 장남이 버젓이 외부에 해 온 것입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죽은 뒤부터 돈에 쪼들리면서 언행을 자제했지만, 김정은으로서는 해외에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김정남이 눈엣가시였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김정남의 신변을 계속 보호해 온 것도 김정은에게는 불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북한에) 무슨 사태가 생겼을 때 대안카드로서 (중국이) 저 사람(김정남)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한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김정남이 권력의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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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정식 기자,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점검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와서 우리가 정황만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지시해서 암살이 시행된 게 맞는 것으로 봐야 하나요?

<기자>

그 부분은 사실 북한이 발표하거나 용의자들이 자백하지 않는 한 100% 확인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2017년이라는 시기에 독침 또는 독성 스프레이, 독극물로 사람이 죽었다는 건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직폭력배나 원한 관계를 의심해 볼 수도 있겠는데, 그런 것으로 범죄가 일어났다면 보통 총으로 쏴 죽이거나 칼로 찔러버리지 독침을 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범행의 방식으로 보면 북한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꾸 계속되는 의문입니다. 리포트에서도 나왔지만 이미 권력에서 사실상 배제된 사람이란 말이죠. 왜 그렇게 집요하게 제거하려고 애를 쓸까요?

<기자>

지금 사실, 김정남이 김정은 비판하는 말을 많이 해왔지만, 최근에는 조용했거든요.

그래서 '왜 지금일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국정원 보고에서 보면, 앞서 리포트에서 잠깐 언급됐습니다만, '스탠딩 오더'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이행했어야 하는 명령이라는 건데, 그래서 국정원 말로는 암살이 지금 이뤄졌다는 게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가 보통 '언젠가는 이행을 해'라고 하면 보통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어쨌든 지금 했단 말입니다.

그런 거로 보면, 지금 뭔가를 해야 할 특별한 계기, 즉, 고삐를 죄어야 할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암살을 해야 될 만한 계기, 우리가 추측하자면 망명 시도설,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남이 망명하면 로열패밀리의 고급 정보를 누설하고, 김정은을 외국에서 계속 욕하고 다니면 곤란하겠죠.

그래서 그것 때문에 죽이지 않았겠느냐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오늘 국정원 보고를 보면 김정남의 망명 시도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 정부가 김정남을 끌어오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예전 정부 고위 당국자들 몇몇 에게 전화해서 혹시 김정남 망명 추진 시도설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시간 다 지났으니 말해봐라. 물으니 그런 걸 들어본 게 없다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 여기서 제가 참고될 만한 제 취재 내용을 말씀드리면, 예전에 정부 당국자에게 들었던 말인데, 만약 지금 김정남을 우리나라로 들여오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경호 문제 때문에 황장엽 비서처럼 안가에 모셔놓고 고위경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차라리 바깥에 있으면, 바깥에서 기자들 만나면 비판적인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한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그냥 바깥에 놔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이런 걸 보면 정부 내에서 김정남 망명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일부 있었을 수는 있는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김정남 망명을, 조직적으로 추진한 건 아니지 않으냐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앵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김정남을 중심으로 모반을 꾸몄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는 있겠죠?

<기자>

이 부분도 사실 오늘 국정원이 보고에서 이야기한 게 있는데, 국정원 이야기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시도가 없었다. 지지 세력 자체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최근 공포 통치를 하면서 민심이 많이 이반됐기 때문에, "장자가 있다는데 장자가 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있었을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이 화근이 될 수 있는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자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조선 시대 같은 봉건 시대를 보면 적통 장자가 왕이 되지 않았을 경우, 왕이 혹시라도 모반의 싹이 될 수 있는 적통 장자를 죽여버리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이 아예 화근의 싹을 잘라버리자는 생각에서 이번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앵커>

조선 왕조까지 비유해야 하고, 참 복잡해져 갑니다. 잠시 뒤에 또 이야기 나눠보죠.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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