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범죄와 도시 ① : 중구(中區)의 오명…외지인 몰리는 동네에 범죄 많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7.02.17 10:27 수정 2017.02.17 10: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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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5.4%에 불과하지만 범죄의 45%가 발생하는 곳. 바로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7대 대도시다. 범죄가 많은 만큼 경찰력도 집중돼 있다. 2015년 기준 전국 경찰(경찰서별 기준)의 47%가 서울과 6대 광역시에 배치되어 있다. 

흔히 ‘사람 있는 곳엔 범죄 있다’고 한다. 서울 등 7대 대도시는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많은 인구가 몰려있다. 광역지자체별로 살펴보면 각 지자체가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 범죄에서 각 지자체의 범죄 비중은 거의 같다. 그렇다면 경찰력은 인구에 따라 배치하면 될까?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어떤 ‘인구’를 기준으로 경찰력을 배분할지부터 어렵다. 광역지자체별로는 거주하는 인구수에 비례해 경찰력을 배치하면 될테지만, 범죄는 거주자 숫자에 꼭 비례하지도 않는다. 그럼 지역 내 유동인구를 기준으로 경찰력을 배치하면 될까. 그런데 지역별로 범죄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어떤 지역은 강력범죄가 많고, 어떤 지역은 경제 범죄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와 지역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서울과 6대 광역시를 지자체 단위로 세분화해 지역과 범죄의 연관성, 범죄들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찰력은 제대로 배치되어 있는지도 살펴봤다.
[마부작침] 범죄 통계 지도 썸네일 인터랙티브
●‘중구’가 위험하다...범죄는 주로 외부인이?

<마부작침>은 대검찰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범죄백서(2015년 발생)’의 범죄 발생 현황을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지자체 단위로 나눴다. 살인, 절도, 강도, 성폭행, 폭행 및 상해를 ‘5대 강력범죄’로 방화 등을 ‘기타강력범죄’, 성매매 등을 ‘기타 성범죄’로 분류했다. 이런 범죄가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 인구 만 명당 CCTV 설치대수, 인구 대비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 등의 행정통계와는 어떤 상관이 있는지 분석했다.
[마부작침] 범죄 통계 그래픽
2015년에 인구 1만 명당 5대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서울 중구’였다. ‘부산 중구’, ‘대구 중구’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교롭게도 TOP3 모두 ‘중구’다. 이 3곳에서 서울 등 7대 대도시 평균의 3배를 훌쩍 넘는 1만 명당 3백 건 이상의 5대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절도와 성폭력은 대구 중구가 가장 많았고, 강도는 부산 중구, 폭행 및 상해는 서울 중구에서 가장 많았다.

이 지역들은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구(區)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인구 1만 명당 5대 강력 범죄 발생 건수가 많은 이유는 이 지역들이 대표적 도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사무실과 유흥업소 등이 밀집해 있어서 거주 인구는 적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는 지역이다. 그런데 단순히 낮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5대 강력범죄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마부작침] 범죄 통계 그래픽[마부작침] 범죄 통계 그래픽인구 1만 명 당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낮 시간에 해당 지역에 있는 인구 숫자, 이른바 ‘주간인구’와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거주인구와 상관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거주인구 대비 주간인구 증가비율은 인구 1만 명당 5대 강력범죄 건수와 밀접하게 비례했다. 실제로 서울 중구는 주민등록인구 대비 주간인구가 3.28배, 즉 248% 증가해 7대 대도시의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부산 중구와 대구 중구도 각각 80%와 69% 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단순히 주간에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 거주인구 대비 주간에 인구가 많은 지역, 한마디로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 지역일수록 5대 강력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결과는 5대 강력범죄가 해당 지자체 거주민이 아닌 외부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외부인의 유입이 많은 곳은 사람들 간 감시 체계가 약하고 지역민으로서 책임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강력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간인구 증가율이 높은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섞이면서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지역민으로서의 책임감, 평판 관리의 필요성 등이 낮기 때문에 갈등이나 대립이 범죄로 좀 더 쉽게 이어지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빈번한 범죄는 따로 있다

주간인구 증가율과 5대 강력범죄의 연관성이 높지만 각 범죄를 세분화해서 분석해보면 차이가 있다. 즉, 같은 강력 범죄라도 특성을 달리한다는 말이다.

<마부작침> 분석결과, 5대 강력범죄 중 성폭력과 폭행 및 상해, 절도는 주간인구 증가율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반면, 강도와 살인 등 흉악 범죄는 주간인구 증가율과 상관관계가 낮았다. 특히, ‘살인’과 상관관계가 ‘강도’와 상관관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죄질이 나쁜 범죄일수록 주간인구 증가율과 상관관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곽대경 교수는 “살인 사건의 대부분은 면식범에 의해 발생하고, 강도 사건의 대부분도 부유층 등 범죄 대상을 특정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몰리는 도심 지역에선 살인과 강도 등의 범죄는 오히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화가 쌓이면 악취부터 풍긴다?...도심에 집중된 경제범죄

'돈은 쌓여만 있으면 악취가 난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범죄의 상당 부분은 돈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5대 강력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 중 주간인구 증가율과 가장 큰 상관 관계가 있었던 것은 경제범죄였다. ‘경제범죄’에는 ‘화폐 위조, 도박, 조세범처벌법 위반(탈세)’ 등을 포함시켰다. 경제범죄가 잦은 ‘서울 중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서울 종로구' 등은 주간인구 증가율도 높은 곳인데, 이 지역에는 기업을 비롯해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의 사무실이 몰려 있다. 재화가 집중돼 있고, 재화의 집중이 범죄의 집중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는 주간인구 증가율이 높은 지역에 강력범죄를 담당하는 수사 인력 못지않게 경제범죄를 다루는 전문 수사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리서처:장동호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