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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때 그렇게 예뻐했지만…비운의 김정남 모자

[취재파일] 한때 그렇게 예뻐했지만…비운의 김정남 모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 성혜림의 아들이다. 성혜림과 김정남의 인생을 보면, 왕조 국가에서 왕자가 되지 못하는 형제들과 그 일가들의 운명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 성혜림은 영화배우로 유부녀였다. 다른 사람과 결혼해 딸까지 두고 있는 상태였다. 김정일은 이런 유부녀를 데려다 같이 살았다. 김정일이 최고 권력자 김일성의 아들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남의 부인을 빼앗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성혜림 일가 쪽에서 쓴 책을 보면 김정일과 성혜림의 관계가 좋았던 것처럼 묘사돼 있다.
김정일
● 김정일, 아들 정남을 무척 예뻐해

김정일은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정남을 무척이나 예뻐했다. 아들을 낳은 날 평양 시내에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경적을 울렸다고 한다. 정남이가 어릴 때에는 밥을 먹는 상 위에 정남이를 올려놓고 아들을 쳐다보며 밥을 먹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성혜림은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며느리였다. 자식까지 딸린 유부녀를 데려왔는데 김일성이 제대로 된 며느리로 인정할 리 없었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정식으로 점지해 준 며느리는 김정일의 둘째 부인인 김영숙이다. 성혜림은 아들 정남을 업고 다닐 무렵 남편 김정일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러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성혜림이 죽기 전까지 우울증과 심신 쇠약에 시달린 것은 이런 기구한 운명과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김정남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김정남은 로열패밀리인 김정일의 아들인데다가 유부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만큼 일반인에게 공개될 수 없었다. 김정일은 필요한 지식은 주변 인물들이 가르쳐주면 되지 않느냐며 정남이를 학교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정남이 어머니인 성혜림과 처가 식구들은 걱정이 많았다. 지식이야 가르쳐주면 되지만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려면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해야 되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김정남을 유학보내는 것이었다. 김정남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한을 떠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을 너무 예뻐하는 김정일이 문제였다. 김정일이 아들을 먼 나라로 보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남이의 고모와 고모부인 김경희와 장성택이 도움을 줘 정남이가 유학을 갈 수 있었다고 성혜림 일가 쪽에서 쓴 책은 기술하고 있다.

● 김정일의 부인 역할은 고영희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변해갔다. 그리도 귀여웠던 정남은 이제 성인이 되어갔고 여러 가지 병에 시달리던 성혜림이 병치료를 위해 러시아를 왔다갔다하면서 김정일의 부인 역할은 세 번째 여인인 고영희에게 돌아갔다. 김정일은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정철과 정은, 여정을 낳았다. 안보면 멀어진다고 성혜림은 김정일에게서 조금씩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김정일은 성혜림에게는 최대한 예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영희와 살면서도 성혜림이 러시아에서 돌아올 때에는 성혜림과 같이 지냈다고 한다. 김정남도 유학에서 돌아온 뒤 보위부에서 일하는 등 후계자로서의 준비를 해 나갔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에다 외국 생활에 눈을 뜬 김정남은 북한 체제와는 잘 맞지 않았다. 아버지인 김정일에게 개혁, 개방을 주장하다 혼이 났다는 얘기도 있다. 결정적으로 2001년 5월 일본에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건은 김정남이 김정일의 눈 밖에 나는 계기가 됐다.
김정남 여성 두 명에게 피살
성혜림은 결국 러시아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고 김정남도 후계자에서 탈락한 뒤 피살되는 운명을 맞았다. 북한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이자 장남이라는 막강한 위상에 있었지만, 권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는 비운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왕이 되지 못한 형제들이 목숨 부지하기 어려운 것은 북한이 여전히 조선시대와 같은 봉건시스템에 머무르고 있음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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