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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계아시안게임에 썰매 종목은 왜 없나?

[취재파일] 동계아시안게임에 썰매 종목은 왜 없나?
스켈레톤
루지
아시아인들의 동계 스포츠 축제인 동계 아시안게임이 일본 삿포로에서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이승훈, 김보름, 쇼트트랙의 심석희, 최민정, 스노보드의 이상호 등 평창 올림픽 기대주들이 대거 출전해 금메달 15개로 종합 2위에 도전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은 열리지 않습니다. 세계 정상권인 스켈레톤의 윤성빈과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우리나라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루지 종목 역시 2014년 아시안컵부터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다 독일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까지 가세했는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비단 이번 삿포로 대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8차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썰매 종목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썰매 경기장이 없다

현재 아시아에 썰매 트랙은 일본 나가노와 대한민국 평창 2곳 뿐입니다. 나가노는 1998년에 동계 올림픽을 유치할 때 썰매 경기장을 건설했고, 우리나라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를 지어 최근 완공됐습니다. 이번에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릴 삿포로에서는 1972년에 동계 올림픽이 열렸는데 당시 경기장을 지어 봅슬레이와 루지 종목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나가노가 199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1991년에 삿포로 경기장을 해체하고 나가노에 새 썰매장을 건설했습니다. 지금 삿포로에는 당시 트랙 결승지점이 있었던 '피니시 하우스'만 흉물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밖에 지금까지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중국 하얼빈(1996년), 대한민국 강원도(1999년), 일본 아오모리(2003년), 중국 장춘(2007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2011년)에도 경기장이 없어 썰매 종목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피니시 하우스'만 남아 있는 삿포로 썰매 경기장
● 출전할 나라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제1회와 2회 동계 아시안게임은 1986년과 1990년 일본 삿포로에서 연이어 열렸습니다. 삿포로 썰매 트랙이 1991년 해체됐기 때문에 1986년과 1990년에는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썰매 종목이 안 열린 이유는 출전할 나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썰매 종목을 하는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 유일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썰매의 개척자' 강광배 현 한체대 교수와 이용 현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이 루지 종목에 출전했던 것이 첫 출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동계 아시안게임이 처음 열렸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시아의 썰매 저변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일본에다 한국과 중국, 타이완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현재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이 45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숫자입니다.

우리나라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썰매 종목을 집중 육성해서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썰매의 최강국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2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베이징)이 슬라이딩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고 현재 유망주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윤성빈을 지도했던 캐나다인 제프 페인 코치(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스켈리톤 은메달리스트)와 독일인 봅슬레이 코치를 영입해 유망주 발굴에 한창입니다.

예외적으로 인도의 시바 케샤반이라는 루지 선수가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차량들을 피해 아찔한 주행 훈련을 하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고 평창 올림픽 출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까지 하는 유별난 선수죠. 아시아 썰매의 저변이 이처럼 열악하다보니 지금도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썰매 종목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 세계 썰매 경기장 (출처 :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 한중일 거점으로 아시아 썰매 저변 확대에 나선다!

우리나라 썰매인들은 평창과 베이징의 썰매 경기장 건설을 계기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썰매 종목가 포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이후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의 일환으로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아시아 슬라이딩 캠프'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눈이 내리지 않아 동계 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나라의 청소년들을 초청해서 그동안 스키와 빙상 등에서 해온 '평창 드림 프로젝트'처럼 아시아 썰매 불모지 국가의 청소년들을 초청해 썰매 종목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썰매 종목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시아판 쿨러닝'을 실현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시아에도 한국과 일본, 중국 3곳에 썰매 경기장이 생기게 됨으로써 이를 활용해 국제대회를 적극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썰매 트랙은 전세계에 총 15개가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에 4곳,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러시아·라트비아·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에 9곳이 있고 아시아에 한국과 일본에 2곳이 있습니다.

썰매 종목은 고가의 썰매 장비 운송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는 '대륙별 패키지'로 치러왔습니다. 이를테면 한 시즌에 월드컵이 8차례 열리면 초반에 미주 지역에서 3차례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나머지 5차례 대회를 치르는 방식입니다. 이동거리를 줄이고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아시아에는 지금까지 나가노 한 곳 밖에 없어서 이동거리와 운송비 부담 때문에 국제대회를 치르기가 어려웠습니다.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주최로 나가노에서 개최한 국제대회가 2007년이 마지막이었을 정도입니다.

(아시안컵 루지 대회는 제외) 그런데 이번에 평창과 베이징이 가세하면 아시아에 트랙이 3군데 있게 되고 이 3곳을 연계해서 국제대회를 유치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국가에 썰매 종목 관심을 높이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썰매 종목을 하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시켜 아시아선수권 대회도 개최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 평창 슬라이딩센터 사후 활용에 달려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가 아시아 썰매 저변 확대의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후 활용 방안이 중요합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총 사업비 1,241억원을 들여 완공됐습니다. 그런데 역대 동계 올림픽 개최지에서 썰매 경기장이 이후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1984년 구 유고 사라예보 경기장은 유고 내전으로 폐허로 변했고,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썰매 경기장도 올림픽 이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누적되는 운영비 적자로 결국 폐쇄됐습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동계 아시안게임에도 썰매 종목이 포함되기를 바라는 썰매인들의 숙원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내전으로 폐허가 된 사라예보 썰매 경기장
내전으로 폐허가 된 사라예보 썰매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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