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정 역사 교과서 국립고교도 외면?

동세호 기자 hodong@sbs.co.kr

작성 2017.02.14 18:42 수정 2017.02.14 18: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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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는 물론 교육부 산하 국립학교까지 국정 교과서를 교재로 쓰겠다고 신청한 학교가 아직 없습니다. 신청 마감을 15일까지 연장했지만 연구학교 지정이 유력시됐던 국립고까지 외면하고 있어 숱한 갈등과 논란 속에 탄생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올해 시범 사용조차 못 할 지도 모를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국정교과서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말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 국정교과서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을 의식해 당초 올해부터 전면 사용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대신 올해는 희망하는 학교만 연구학교로 지정해 시범 사용하고, 내년부터는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 가운데 학교가 자율 선택해 쓸 수 있도록 국·검정 혼용체제로 후퇴했습니다. 대부분의 검인정 교과서를 좌편향의 교과서로 지목하고 국정화를 밀어붙였던 정책 추진의 최소한의 명분을 살리기 위한 후퇴였습니다. 숱한 논란 속에 추진한 국정 교과서를 폐기하기도 강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입니다.
역사 수업 시간교육부는 올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시범적으로 사용할 연구학교 신청을 앞두고 국립고 교장들을 불러 간담회까지 열며 신청을 독려했습니다. “국립학교는 국가 수준의 교육 정책을 연구 개발 검증하기 위한 설립 취지를 감안할 때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예산지원과 인사상 이득을 내세우며 설득했지만 아직 호응하는 국립학교가 없습니다. 학교장이 반대하거나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서입니다. 연구학교 신청은 학교 자율로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신청할 수 있어 이를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교육부 소속인 국립고는 시도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에 바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립고는 모두 19개지만 1학년에 한국사를 가르치는 학교는 강원대 사대부고와 전남대 사대부고 등 12개로 연구학교 신청대상인 국립대 산하 12개 국립고등학교가 모두 국정교과서를 외면한 것입니다. 논란이 많은 국정교과서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여론도 작용했습니다.
 
사립중고도 대부분 국정교과서 사용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대구 경북 지역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연구 학교를 신청하겠다는 학교가 아직 없습니다. 연구학교 신청을 둘러싸고 학교 현장의 갈등과 혼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 경기 등 8개 시도 교육청은 연구학교 신청에 관한 교육부 공문 전달 자체를 거부하며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설령 신청학교가 있더라도 연구학교 지정을 안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 디지텍고 교장은 “학교운영위 결정을 통해 국정교과서를 쓰려고 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원천적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연구학교 지정 신청 공문이 안 와서 신청을 못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연구학교 지정은 교육청의 권한” 이라며 “교육청 산하 심의위원회 자체 심의 결과 국정교과서 사용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공문 전달을 거부한 것일 뿐”이라며 거부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일부 국정교과서를 주교재 또는 부교재로 쓰겠다고 검토하던 학교도 전교조의 집요한 압박에 연구학교 신청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 지역의 한 교장은 “학교운영위 결정을 통해 시범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전교조의 집요한 방해로 포기했다” 며 "못하도록 방해를 하니까 포기할 수밖에 없고 그 교과서 채택 안 하면 조용해지는 거라"고 탄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고 직접 전교조를 지목해 국정교과서 도입을 방해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교조와 시민 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즉각 폐기돼야할 국정 교과서 사용의 부당성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압박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를 비롯한 국정화 반대 시민단체들도 "교과서 자체가 문제가 많아서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정 교과서의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논란이 많은 국정 역사 교과서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야권 주도로 국정화 금지법을 상임위를 거쳐 법사위에 상정해 놓고 여차하면 본회의 통과를 통해 원천적으로 국정 교과서 사용을 못하도록 법제화할 태세입니다. 정부는 진통 끝에 탄생한 국정교과서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할까 봐 생명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시범적으로 사용할 연구학교 지정도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습니다. 국립 학교까지 국정교과서 사용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국정교과서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