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항공편을 타고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승객이 항공사 직원의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계류장 등 보안구역을 10여 분간 혼자 걸어 다니다가 국제선 입국심사대에서 발견됐다.
14일 부산지방항공청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7시 5분께 제주에서 출발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1014편이 '국제선' 계류장에 도착했다.
국내선 항공편이지만 해당 비행기의 다음 목적지가 국외여서 대한항공 측이 항공기 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제선 계류장에 비행기를 계류시켰다.
탑승객 100여명은 순차적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뒤 대한항공 측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국내선 청사로 이동했다.
하지만 마지막 즈음 비행기에서 내린 A(61)씨가 버스를 타지 않고 계류장을 걸어 국제선 청사로 들어가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계류장과 출·입국장 등은 국가보안구역이어서 항공사가 직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해 손님을 안내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당시 직원이 다른 손님에게 신경 쓰느라 A씨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류장을 걸어 항공사 '브릿지'(국제선 청사 출국장과 항공기를 연결하는 임시 통로를 만드는 시설)를 통해 국제선 2층 출국장으로 진입하려다가 입구가 막혀있자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입국장 입국심사대까지 홀로 10여 분간을 걸어 다녔다.
A씨는 입국심사대에서 국제선 승객들이 여권을 확인받는 장면을 보고 이상함을 느껴 법무부 직원에게 "여권이 없다"고 신고했다가 청사를 잘못 들어온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일로 공항 보안기관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조사결과 A씨는 목수로 최근 구직을 위해 제주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공항을 처음 이용해 본 것으로 확인됐다.
보안기관은 "눈앞에 바로 건물이 보여 나가는 곳인 줄 알았다"는 A씨 진술 등을 토대로 범행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훈방 조치했다.
부산지방항공청은 문제가 발생하자 대한항공을 질책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안내업무를 맡았던 협력업체 직원의 과실을 확인하고 징계를 내렸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휠체어를 탄 승객을 돕느라 직원이 정해진 위치를 이탈했다고 진술했다"면서 "하지만 특수한 상황이 있었던 만큼 해고 조치는 하지 않고 징계만 내렸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기관들의 대처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지방항공청은 대한항공에 대해 구두로만 경고하는 데 그쳤고 국토부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항공청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에 보고할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