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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돼지 9천마리 씨 마르겠네"…충북 보은 '구제역 공포'

반경 3㎞내 6번째 의심증상…바이러스 광범위하게 번졌을 가능성 커

충북 보은군 젖소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4개 농장에서 확진 판정이 난데 이어 13일 2건의 의심신고가 추가로 들어왔다.

감염이 확인되면 보은군 내 5번째와 6번째 구제역 발생 농장이 된다.

당국은 이들 농장도 방역대(최초 발생지에서 반경 3㎞) 안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좁은 구역에서 구제역이 꼬리를 물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의심신고가 접수된 곳은 최초 발생지에서 770m와 1.8㎞ 떨어진 곳이다.

각각 한우 105마리와 19마리를 사육하는데, 1마리씩 침 흘리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농장은 마로면 관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 9일과 11일에는 이곳에서 1.5㎞와 480m 떨어진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12일 2.4㎞ 거리를 둔 한우농장도 감염됐다.

반경 3㎞ 안에서 구제역 발생이 꼬리를 물자, 당국은 이미 이 지역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퍼진 곳이 보은군내 최대 축산 밀집지역이라는 점이다.

방역대 안에서만 99농가가 소 4천400마리와 돼지 5천100마리를 키운다.

이미 살처분된 소 764마리를 빼더라도 9천마리 가까이 남아 있다.

주민들은 이 추세라면 나머지 농장 감염도 시간문제라고 걱정한다.

9천마리가 넘는 소·돼지의 씨가 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곳에서 한우 100여마리를 키우는 구모씨는 "바이러스가 이미 다 퍼졌다는 불안감에 한시도 소한테서 눈을 떼지 못한다"며 "백신을 추가 접종했지만,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보니 뜬눈으로 밤을 샌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인근에서 300여마리의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도 "축사 문을 걸어 잠그고 소독약을 뿌려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며 "이러다가 마을 안 소·돼지 씨가 마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살처분 두수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구암리 거점소독소에 근무하는 한 주민은 "중장비가 들락거리면서 소를 땅에 묻은 날은 잠을 설친 주민이 많다"며 "죽어가는 소의 울음이 들이는 것 같아 며칠째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 무덤이 자꾸 생기는 것도 문제"라며 "이러다가 사람 살기 힘든 동네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추가 발생을 막는 데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13일 농림축산방역본부의 특별방역팀이 투입돼 방역업무 총괄 지휘에 들어갔고, 드론을 이용한 항공방역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다면 어느 정도 추가 발생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일제접종이 완료됐지만, 항체 형성까지 1주일 이상 소요되는 만큼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면 당분간 추가 발생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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