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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보험료로 그녀는 관리한다"…혹시 '선량한 가입자'세요?

새 실손보험료 3월초 공개 …갈아탈 때는 "신중히"

손승욱 기자 ssw@sbs.co.kr

작성 2017.02.13 22: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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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건강하시죠?

건강하시다면, '실손보험' 보험료는 매달 꼬박꼬박 내는데 정작 '실손보험' 보험금은 한 번 타본 적도 없으신 건 아닌가요? 혹시 그래서 보험금 한 푼 받은 것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매년 오르는지 화가 나신 적은 없으신지요?

물론 보험금 한 푼 못 받고 매년 오른 보험료 내더라도, 병원 한 번 안가고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입니다. 당신은 '선량한 가입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험료까지 아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 2년 연속 19%대 인상, “맥주·소주도 6% 올랐는데”

'32,650,000건'

손해보험협회가 집계한 실손보험 계약 건수가 3천 2백 65만 건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단체보험이 포함돼 있으니까 실손보험이 '국민 보험' '제2의 건강보험'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치료 목적이라면 병원비를 80~100% 보험처리할 수 있으니까 참 좋은 보험이기는 하죠.
주사제, MRI, 도수치료로 오른 실손보험료 그래픽그런데 보험료가 너무 오릅니다. 2015년 12.2%, 2016년 19.3%, 그리고 올해 19.5% 올랐습니다. 2년 연속 20% 가까이 오르는 겁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만들었던 맥주와 소주의 가격 인상률이 5~6% 정도였으니 가파른 인상폭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달 보험료를 자동 이체하시는 분이 많고, 실제 매달 몇 백원, 몇 천원씩 달라지기 때문에 한동안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분이 많아 '저항의 목소리'가 맥주, 소주보다 작았을 뿐입니다.

이렇게 매년 엄청난 속도로 보험료를 올리는 근거는 '손해율'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보험사들은 "받는 보험료보다 주는 보험금이 더 많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받아야겠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실손의료보험 위험손해율' 통계를 보면 손해율이 120~130% 사이를 오갑니다. 2014년 131.2%, 2015년 129.0%였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서 받은 통계를 해석해보면 이렇습니다. "2015년의 경우 보험사는 4조 3천억 원 가량 받았고, 5조 6천억 원 가량 내줬다. 손해 보고 있으니까 보험료를 올려야 겠다"라는 겁니다.

● 보험료 인상의 3대 주범…주사제, MRI, 도수치료

이번에 인상된 보험료를 100원이라고 했을 때 20원은 이 3가지 때문에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 3가지가 19.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먼저 각종 주사제를 살펴보죠. 현장에서는 각종 주사제가 과도하게 처방이 된다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간호사는 "돈 맛을 보면 병원이 정말 무섭게 변하더라"라면서 보험 사기에 대해 설명을 해줬습니다.  환자가 오면 '이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실손 보험 한도는 얼마인가'를 살펴본 뒤 거기에 맞춰서 처방을 하고 돈을 받더라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관절 치료를 하는데 주사를 놓고 그 안에 '이 약, 저 약' 섞어 넣은 뒤 "좋은 것, 많이 넣었다"라고 하면서 더 비싸게 받는 식이라는 겁니다. 보다 못한 이 간호사는 결국 경찰서로 달려갔고, 이 병원에 대한 수사가 지난달 시작됐습니다. 
주사제, MRI, 도수치료로 오른 실손보험료● 당신 보험료로 그녀는 피부 관리…보험으로 놔주는 '신비한 미용주사 세계'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실손보험으로 주사제 치료가 아니라 '피부 관리'를 받는다는 겁니다. 보험료만 꼬박꼬박 내시는 입장에서는 속터지는 얘기입니다. 내 보험료로 남이 피부 관리를 받는다는 얘기니까요.

'길라임 주사 세트'라는 최신 유행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 마늘 주사 같은 피부에 도움을 주는 주사들을 실손 보험으로 놔주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주사제, MRI, 도수치료로 오른 실손보험료현장에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미용주사'에 대해 취재진이 들은 얘기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서울 OOO의원 의사 : 피부 쪽 위주로 생각한다면 (요즘 많이 맞으시는 게)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백옥주사와 신데렐라 주사. 백옥주사는 피부가 조금 하얗게 되는 미백효과가 조금 있습니다. 신데렐라 주사는 피부에 어떤 탄력성...]

그런데 실손 보험은 미용목적은 안됩니다. 반드시 치료목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이뻐지는 미용 주사를 맞고 나면 장염, 어지럼증 등이 적혀 있는 진단서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 진단서 작성은 엄연한 불법행위이지만,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경찰이나 검찰이 "허위 진단서 아니냐"라고 추궁해도 "의사인 내가 장염이라는데 당신이 뭘 아느냐"라고 버티면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 잠입 수사가 갈수록 은밀해지는 것도 이런 경우에 대비한 겁니다. 그래서 그 수사 과정에서 미용주사를 맞은 소비자들도 병원과 함께 처벌되는 겁니다.

이렇게 불법으로 채워진 '신비한 미용주사의 세계'가 더 문제인 건 우리 보험료에서 받아가는 '주사 가격'까지 비싸다는 겁니다. 제 돈 다 주고 맞으라고 하면 2만원, 3만원도 아깝지만,  보험으로 처리가 된다고 하면 5만원, 10만원 짜리 주사도 맞을 수 있는 게 소비자 심리겠죠. 그 점을 악용해 일부 병원들이 기꺼이 허위진단서를 써주고, 가격은 5만원, 10만원, 15만원으로 올려 받는 겁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비싸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불법이 아니다”라고 항변을 합니다. 실제로 이런 주사 가격을 병원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비싸게 받는 건 분명히 불법은 아닙니다.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으실 것 같습니까? 물론 "이러저러해서 비싸다"라는 답도 나오겠지요. 하지만 대부분 "보험으로 됩니다"라는 답을 들으시게 됩니다.

전통의 보험사기…MRI와 도수치료

이번엔 MRI를 이용한 실손보험 사기입니다.

MRI는 보통 20~30분이면 끝납니다. 그런데 일부 병원에서는 입원을 하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실손 보험금을 받기 위해섭니다.

MRI는 보통 40~50만원이면 됩니다. 그런데 실손보험으로는 하루 20만원 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나머지는 원래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입원을 하면 5천 만원 한도로 ‘질병입원의료비’가 나오는데, 이 돈을 받아서 MRI 찍은 비용에 보탤 수 있도록 병원이 처리해주는 겁니다.
 얼핏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좋을 것 같지만, 일부 병원들이 이런 보험사기를 전제로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놨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낸 보험료로 특정, 일부 사기 병원의 배만 불리는 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바빠서 입원하기 힘든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할까요?

일부 문제 있는 병원들은 입원 안 해도 입원했던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적발된 경우를 살펴보면, 이것저것 병원이 처방한 것처럼 보험금을 더 청구합니다. 명백한 보험사기입니다. 뉴스 보면, 입원실 텅텅 비어있는 장면 나오죠? 별거 아닙니다.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무심코 보험 좀 이용해보자고 병원 얘기 들었다가는 바로 보험사기꾼이 되는 겁니다.

도수 치료를 이용하는 보험사기는 너무 많이 보도가 나와서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디스크 치료에 활용되는 도수 치료를 해주고 과도하게 비싼 가격을 받는 병원도 있고요, 물리치 료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치료를 맡기면서 사실상 '마사지'를 해주는 병원도 수시로 적발되고 있습니다. 돈이 되기 때문일까요? 잡아도 잡아도 계속 생깁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말씀 드린 모든 경우에는 병원 뿐 아니라 환자도 같이 처벌 받습니다. "내가 낸 보험료, 다 받지도 못하는데 이렇게라도 돌려받자"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일 날 수 있습니다. 

보험금 돌려받을 곳은 여기가 아닙니다.

● 그래서 이 '문제의 3개' 빼고 새 보험 출시…구체적인 가격은 3월 초 공개

금융당국이 그래서 이 '문제의 3개'를 빼고 실손보험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기본형 실손보험. 이렇게 인상 요인을 따로 분리하고 나면 보험료 인상폭을 좀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인 겁니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기본형 실손보험은 현재 실손보험보다 평균 25% 정도 저렴하다고 합니다. 3월초에 구체적인 보험사별 가격이 나오겠지만, 일단 손해보험협회나 보험사나 모두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하는 거니까 실제 가격도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손보험대신 '문제의 3개'는 특약으로 뺍니다. 기본형에 가입한 뒤 "난 주사만 맞겠다"라고 하면 주사 특약에 가입하고, "난 도수치료만 받겠다"라고 하면 그 특약에 가입하면 됩니다. MR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기본형에 이 3개 특약을 더해도 6~7% 싸다고 합니다.

이상합니다. 보험사가 자선 사업을 할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일단 정부 발표도 그렇고, 보험협회 집계도 그렇습니다. 아마 3월 초에 발표되고, 4월부터 시작되는 새 실손 보험의 첫 보험료는 그럴 모양입니다.
 
문제는 1년 뒤 갱신할 때 다시 책정될 보험료입니다. 특약으로 모아 놓은 항목은, 보험사 입장에는, 기본적으로 보험사기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것들입니다. 당연히 손해율이 높죠. 아마 1년마다 엄청난 폭으로 특약 보험료를 올릴 겁니다. 보험사로서는 특약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겠죠. 눈치도 덜 보일 것이고요.

이런 식으로 실손 보험은 4월부터 확 바뀝니다.

● 바꾸란 말인가, 바꾸지 말란 말인가?

예전에 가입해서 조건이 좋은 실손보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아직 매달 내는 실손보험료를 버틸만 하시다면, 조금 더 지켜보시는 게 좋습니다. 보험사에 "왜 이리 보험료를 올리냐"고 따져 물어보면 어느 보험사나 예전에 판매한 '옛 보험' 얘기가 습관처럼 나옵니다. 보험사들로서는 100% 보장해주는 식의 옛 보험들이 큰 부담이라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이익입니다. '선량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앞으로 구경하기 힘든 좋은 조건의 보험 가지고 계신 분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가지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또 병원에 자주 가시는 분들이나 고령층의 경우에는 이번에 특약으로 빠진 치료가 필요할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보험 갈아타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나는 꼬박꼬박 보험료만 내고 한 푼도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라고 푸념을 하는 분들, 바로 '선량한 가입자'라고 불리는 분들입니다. 손해보험협회의 보험금 수령자 비중을 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보험금을 타간 수령자가 전체의 20.8%(2012), 22.4%(2013), 23,2%(2014)입니다. 거의 80%는 보험료만 내신 겁니다.

이 분들의 경우 보험료가 싼 기본형 실손보험도 고민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보험업계에서는 설명합니다. 4월부터 새 보험제도가 시작이 되면, 기존의 보험갱신 기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새 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도 무조건 바꾸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먼저 현재 보험료를 조금 더 감당하실 수 있다면, 보험료가 실제로 얼마나 덜 오르는지 1년 정도 기다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보험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당장 새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고 해서 덜컥 바꿀 필요 없습니다. 실제 금융당국 의도대로 보험료 인상률 추이가 움직일 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가격 비교도 필수입니다. 보험다모아 사이트에 가면 보험사별로 가격 비교가 됩니다. 45세 남성을 기준으로 1만7천원부터 2만4천원까지 있습니다. 최고 7천원 차이가 나는 겁니다. 보험다모아 사이트에서는 아직 새 실손보험은 비교가 안되지만, 곧 새 상품들로 대체가 될 계획입니다. 그걸 보고 결정해도 됩니다.

미용 주사에 주변 관심이 제일 높았습니다.

"백옥이 좋아? 신데렐라가 좋아?" "효과는 있어?" 심지어 "저렇게 해주는 병원이 어디야"라는 '농담 아닌, 농담 같은 질문'도 받았습니다. 요즘 현장에서는 이런 주사를 맞은 보험 가입자들이 유독 많이 적발됩니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걸린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인터뷰할 때면 "무슨 팔자인지 몰라. 재수가 없었지. 내가 경찰서까지 불려다니고"라고 화가 난 듯 푸념을 하시는데, 인터뷰 끝나고 나면 "정말 무서웠다"고 털어놓습니다. 평범한 주부가 경찰서에 피의자로 소환되는 건 드문 일이니까요.

"내가 낸 보험료가 얼마인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겠지만, 보험으로 맞는 미용주사는 엄연히 보험사기꾼이 되는 범죄입니다. 이런 식으로 보험료를 돌려받겠다는 생각은 옳지도 않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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