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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靑 행정관도 "재단 설립과정 이상했다"

[취재파일] 靑 행정관도 "재단 설립과정 이상했다"
어제(13일) 열린 최순실 씨 재판에는 처음으로 청와대 관계자가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습니다. 미르재단을 세우기 위해 2015년 10월 21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열렸던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던 이수영 전 행정관입니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것이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이었고, 그 밑에서 일하던 인물이 이 전 행정관이니, 이 회의의 실무를 이끌었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처음에는 단순히 행정적 도움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쪽과는 다 얘기가 돼 있었다'면서 '빨리 재단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처음에는 '돈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됐으니 행적적으로 도움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항상 있는 일은 아니지만,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일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 이상한 점 ① "재단 이사진 명단을 청와대에서 건넸다."

하지만 이 전 행정관은 네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우선 전경련이 기업들의 돈을 받아 재단 설립을 진행하는 건데, 이사진 명단을 청와대에서 건넸다는 겁니다. 보통 재단 설립이라고 하면 자금을 출연한 쪽에서 이사진을 선정하는 게 보통인데, 한 명도 선정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보고 '청와대의 의사가 반영돼서 진행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  이상한 점 ② "재단 사무실을 청와대 직원이 알아봤다."

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건, 재단 사무실을 청와대 직원들이 나서서 알아봤다는 겁니다. 행정적 도움을 주는 건 주는 건데, 사무실 등은 재단 만드는 전경련이 직접 알아봐서 정해 와야지 청와대 직원이 나서는 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안종범 전 수석이 전날까지는 전경련에게 빨리 알아보도록 하라고 다그치다가 갑자기 직접 가서 알아보라고 했는데, 이를 보고는 안 전 수석 본인도 어디로부터인가 굉장한 압박을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이 "이런 것까지 해야하느냐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이 전 행정관이 이 대목을 말할 때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안 전 수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습니다.
 
미르 재단
● 이상한 점 ③ "이사장이 다른 곳에 또 결재 받는 느낌이었다."

또 회의 마지막 날에는 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된 김형수 씨가 직접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재단의 기본 재산과 보통 재산의 비율에 대해 직접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좀 더 상의해야 한다면서 회피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태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의 공식직함도 아닌 사무부총장을 달고 나온 김성현 씨가 오히려 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자기 직분을 넘어서서 활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이번 법정에서 청와대 측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증언을 많이 했습니다. '청와대 회의가 모금 강요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회의였다'든가, '최상목 당시 비서관이 출연 약정서를 내지 않았느냐고 물은 것이 다그치는 것이었다기 보다는 확인하려는 취지였다'든가, '안종범 전 수석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에 대해 직접 고사시킬 것을 주장하지는 않았다'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 전 행정관도 이것 하나 만은 확실히 한 셈입니다. 미르재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자기가 보기에도 이상한 점이 많았다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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