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서방-러 사이버 냉전 격화…영국 "집중공격 받아" 고충 토로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영국까지도 러시아 해킹 세력의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받고 있다고 시인하고 나섰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산하 사이버보안센터(NSCS)의 키어런 마틴 원장은 12일(현지시간) 더 타임스의 일요일판인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발 사이버 공격이 영국을 집중적으로 겨냥한다고 밝혔다.

마틴 원장은 최근 석 달간만 따져도 '카테고리 2'와 카테고리 '3'에 해당하는 높은 수위의 공격이 188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 달에 60건꼴로, 이중 상당수는 국가 보안이나 민주주의 절차를 해하려는 시도로 확인됐다.

이 밖에 정부 부처나 기업을 대상으로 피싱 이메일을 보내는 것 같은 자잘한 사례까지 합하면 수십만 건에 이른다고 마틴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한 공격을 보면 외교부터 에너지, 특정 분야에 관한 정보까지 무작위로 정보를 빼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 대상이 주로 정당이나 의회 같은 정치 관련 조직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공격 양태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자선단체나 지역 의회를 대상으로 한 해킹도 여전하다.

마틴 원장은 언젠가는 더 수위가 높은 '카테고리 1' 공격도 있을 수 있다며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는 최근 해킹뿐만 아니라 출처가 러시아나 그 추종세력으로 추정되는 가짜 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4~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둔 시점에 러시아가 해킹이나 가짜 뉴스 살포를 통해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 흐름을 바꿀 수 있어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조직적인 해킹을 통해 작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킹을 통해 입수한 자료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유포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최근 이탈리아 외교부도 러시아로 추정되는 해킹 세력에 공격을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교부의 이메일 계정 등 데이터가 작년 봄부터 최소 4개월 동안 해킹공격을 받았다고 이탈리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관들이 현지 상황을 본국으로 보고하는 이메일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으나 기밀 유출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독일이나 영국 등 다른 서방국가보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덜 소원하다는 사실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주장하는 해킹이 러시아의 소행이라면 러시아가 서방 진영을 무차별적으로 해킹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 대선을 비롯해 속출하는 의혹을 증거가 없는 음해일 뿐이라며 일절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