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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무슬림 혐오 선동' 딛고 귀화규제 완화

이민 3세대 귀화요건 완화 국민투표 가결<br>극우당 "이슬람 세상된다" 반대선동에 국민 60% 찬성

스위스가 극우세력의 반(反)이민·이슬람 여론전 속에 귀화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국민투표로 가결했다.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이민 3세대의 귀화 요건을 완화하는 조치가 60.4%의 지지율로 통과됐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조부모 때 스위스로 이주한 가정에서 태어난 손자녀가 귀화를 신청하면 행정 절차를 단축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하면서 약 2만5천 명의 3세대 이민 가정 출신 외국인들이 귀화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중 60%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발칸 국가와 터키 출신이 뒤를 잇는다.

국민투표를 앞두고는 이번 규제 완화는 국가안보를 해칠 것이라는 캠페인이 거세게 일었다.

극우 국민당(SVP)을 중심으로 한 반이슬람 여론몰이가 확산하면서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여론조사와 달리 부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민당과 연계된 극우 활동가들은 검은색 니캅(눈만 드러내는 이슬람 베일)을 쓴 여성 그림과 함께 '통제되지 않는 귀화를 불허하라'라는 슬로건이 담긴 포스터를 내세우며 국민투표 부결운동을 펼쳐왔다.

장 뤽 아도르 국민당 의원도 "한 세대, 두 세대 안에 이민 3세가 되는 외국인들이 누구겠느냐"며 "아랍의 봄 때 태어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출신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소피 기냐르 베른대 정치학 연구소 교수는 이번 논란은 종교와 아무 상관 없다면서도 "국민당은 무슬림이 스위스 국민이 되면서 스위스 고유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며 부결운동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국민당의 반이슬람 운동에 힘입어 최근 여론 조사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비율이 10%가량 높아지기도 했지만, 스위스 국민은 이민자 규제 완화를 선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위스는 엄격한 귀화 요건 탓에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국적상 외국인인 나라다.

이는 이민자의 자녀와 손자녀가 손쉽게 국민이 될 수 있는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스위스는 지난 2004년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당시 29%만이 법안에 찬성하면서 부결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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