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우리보다 근무시간도 짧고 휴가도 많은 것 같지만, 일본 회사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야근 등 잔업이 많고 유급 휴가 소진율도 60%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10년 정도 버티면 월급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합니다. 나이로 보면 대충 35살부터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40대에 들어서면 보통 '집을 살까' 생각합니다.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정규직!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도쿄 디즈니랜드를 움직이는 주력 인력은 아르바이트생들입니다. 정규직과 다른 아르바이트 이야기로 이어가보겠습니다.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선 답답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가려뽑기 어렵습니다. 신입사원들의 이직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3년 이내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31.9%였습니다. 제가 몇 년 전 한국 5대 대기업 인사담당자 분을 만났는데요, 그 분은 "한국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퇴사율을 10% 이내로 관리하려고 해요. 최근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 모 00전자 퇴사율이 12%를 넘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저 회사 인력관리와 기술개발 등에도 문제가 있겠다'는 평가가 나왔죠."라고 하더군요. 한국, 일본 두 나라의 상황이 다소 다르겠지만, 31.9%이라면 인사관리에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신입사원들의 퇴사가 많은 또 다른 이유는 아르바이트 시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최저임금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합니다. 도쿄도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시간당 932엔(우리돈 약 9500원)입니다. 정규직도 이직이 많으니 아르바이트생들은 얼마나 이직이 많을까요? 그래서, 도쿄 디즈니랜드는 '캐스팅 센터'라는 상시 채용 홈페이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시급부터 볼까요? 오전 8시부터 밤 10시 사이 시간당 1000엔(1만200원)입니다. 밤 10시-새벽 1시 사이는 1550엔(1만5800원), 새벽1시 이후에는 최대 2013엔(간호직)까지 올라갑니다. 시급표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일주일에 최소 5일은 근무해야 합니다. 하루 근무시간은 보통 5시간에서 8시간반 정도라고 합니다. 교통비는 월 최대 5만 엔(51만원)까지 실비 지원합니다. 도쿄 외곽에 사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회사 상당수가 사원들에게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해줍니다. 안 그러면 젊은이들이 오지 않거든요. 사회 보험은 물론 각종 수당과 입장할인권도 지원해줍니다. 유튜브에선 이런 행복한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을 홍보하죠. (▶ 해당 영상 보러가기)
예를 들어 개장 시간 전인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10시간 일하면 1만엔 이상을 법니다. 기본 주 5일 근무에 주말 근무를 며칠 하면 200만엔 이상 버는 셈입니다. 시간당 1000엔이 부족하다면 더 주는 곳도 많습니다. 제가 최근 도쿄 시내에서 찍은 아르바이생 모집공고들입니다.
자, 아르바이트만 열심히 하면 초임에선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정도 수입에 만족하며 월세 5만엔(51만원) 안팎의 원룸에서 사는 일본 젊은이들이 수두룩 합니다. 점심은 편의점이나 도시락 전문점에서 300-500엔 짜리 도시락이나 빵을 사먹고, 집에 돌아가선 편의점 캔맥주 몇 개를 홀짝이는 삶이죠. 일본 독신 생활자의 생활비 예를 볼까요? 아래 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한 한 정보사이트는 월세 6만엔(62만원)을 포함해 월 평균 12만8000엔(131만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도 대략 10만-15만엔 사이였습니다. 도쿄 외곽에서 1시간 이상 열차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싸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아르바이트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것이죠.
중소 기업들은 직원을 잡아두기 위해 정규직 제안을 많이 합니다. 아래는 제가 한 술집에 갔다 촬영한 정규직 모집 공고입니다. 이 회사는 술집을 포함해 여러 식당 체인을 운영하는 요식업체입니다. 신입사원 26만엔(260만원)부터 시작해 점장이 되면 실적에 따라 48만3000엔(49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포스터 아랫쪽으로 보니 평균 10년 정도 일하면 지역 담당 매니저로 승진하고, 연봉은 802만엔(8120만원)까지 올라간다고 하네요. 큰 회사들은 10년 정도 지나야 월급이 점프하기 시작하는데, 중소 기업이라 그런지 빠른 급여 인상을 유인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신자 기숙사도 제공하고, 통근수당(교통비)에 1년 개근수당(15만엔 이상)도 주고, 심지어 노동조합도 있다고 홍보하는군요.
아르바이트생과 정규직은 대략 35살 이후 수입 차이가 커집니다. 그래도, 일본 젊은이들은 정규직만 고집하지 않고, 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오가고 있습니다. 특정 직장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뭔가 책임을 지기 꺼리는 경향도 한 이유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결국 결혼과 육아, 주택 구입 등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로 매달 저축하는 사람도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일본 금융홍보중앙위원회가 '가계 금융행동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독신 세대 가운데 '매달 저축하지 않는다', 즉 저축이 제로라고 답한 비율이 48.1%까지 치솟았습니다. 독신 세대의 대부분은 젊은이들입니다.
이 글은 본격적인 취재보다는 도쿄 생활을 하며 느낀 관찰기에 가깝습니다. 일본의 한 단면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합니다. 올해도 술자리(?)에 전해드리는 듯한 글들로 시청자 분들을 자주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