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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때밀이'가 '90대 재력가'로…농아인 사기단 총책 '유령극'

조직 내에서 '가장 높은 분'으로 통하며 유령 행세…경찰선 범행 부인 "때밀이로 벤츠 구입"

목욕탕 때밀이였던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의 총책 김모(44)씨는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서 '제일 높은 분' 혹은 '90대 재력가'로 통했다.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농아인인 그는 자신의 정체를 90대 재력가로 꾸며 피해 농아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28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뜯어냈다.

특히 범죄단체 조직·사기 등 혐의로 김 씨가 구속된 뒤에도 일부 피해 농아인들은 '경찰 수사는 거짓이며 곧 90대 재력가가 나타나서 투자금의 몇 배를 돌려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정도로 철저히 세뇌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아내로 알려진 A(46·여)씨, 농아협회의 한 시도협회장이었던 B(48)씨와 공모해 '행복의 빛'이란 투자사기 조직을 만든 뒤 부산·울산·경남 일대에서 활동했다.

그 이전에는 부산 등지의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며 생계를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2012년 B씨가 별건의 사기 혐의로 구속된 뒤 전권을 손에 쥔 김 씨는 조직 이름을 '행복팀'으로 바꾸고 농아인들을 상대로 한 투자사기 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조직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던 김 씨는 다른 조직원들의 시선을 피해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오직 A씨를 통해서만 모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자신은 '90대 재력가'로 꾸민 뒤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분이 '은혜'를 내려 투자금을 몇 배로 늘린 뒤 되돌려줄 것이니 믿고 투자하면 된다"고 피해 농아인들을 세뇌할 것을 조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김 씨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그와 대면할 수 있던 조직원은 오직 A씨뿐이었다.

각 지역을 관리하는 지역대표들로부터 현금화한 투자금을 받아 김 씨에게 전달하는 것도 A씨 몫이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피해자들을 차단하고 주기적으로 사이비 종교 집단과 같은 세뇌 교육을 하는 등 철저한 조직관리 덕분에 A씨는 농아인 500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은행 거래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 투자금은 일정한 장소에서 박스나 쇼핑백에 담긴 5만원권 지폐로만 받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애초 지역대표들은 투자금을 1만원권 지폐로 현금화해 전달했으나 '너무 부피가 크고 무거우니 다음부터는 5만원권 지폐로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범행으로 얻은 돈은 맞춤형 명품 옷이나 고가의 외제차를 사는 등 사치를 부리는 데 주로 사용했다.

그는 2억원에 달하는 포르쉐나 아우디, 벤츠,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가며 소유하고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에도 그는 고가의 외제차 5대를 보유 중이었다.

또 7∼8억원에 달하는 고급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며 집안을 최고급 목재인 편백나무로 꾸미고 비싼 가구나 가전제품을 사들이기도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이와 같은 집을 5∼6채 가량 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그는 "목욕탕 때밀이를 하면서 벤츠 등 고가의 외제차를 구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이 김 씨 진술, 김 씨와 주고받은 문자, 지역대표들에게 피해 농아자들의 돈이 입금된 계좌내역 등을 증거로 내밀어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변호인을 대동하지 않으면 조사를 받지 않겠다'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다수 피해 농아인들은 투자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매달 각종 대출로 인해 생긴 높은 이자를 납입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려야만 했다며 행복팀 엄벌과 피해액 회수를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총책이 '은혜'를 내려 투자금을 배로 불려줄 것을 믿는 피해자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김 씨를 엄중 처벌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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