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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루지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 "다시 루지 시작해 행복…평창 첫 질주 설레요"

[취재파일] 루지 귀화 선수 에일린 프리쉐 "다시 루지 시작해 행복…평창 첫 질주 설레요"
지난 12월 독일에서 귀화한 여자 루지 선수 에일린 프리쉐가 다음 주 평창에서 열리는 월드컵(테스트 이벤트)을 앞두고 평창 트랙 적응에 한창입니다. 귀화 전인 지난해 10월 이미 한 차례 평창 트랙을 경험했던 프리쉐는 그 때에 비해 얼음이 더 단단해져 속도가 더 나온다며 느낌을 전했습니다. 트랙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이어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쉽게 적응해서 홈 트랙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평창 홈 트랙에서 충분한 훈련 기회가 확보돼서 최소 300번 이상 주행 훈련을 통해 코스의 최단 경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훈련 내내 우리 대표팀의 성은령(여자 1인승), 박진용-조정명(2인승), 김동현(남자 1인승) 선수와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트랙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등 대표팀에 잘 녹아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귀화한 에일린 프리쉐
● 희망을 봤던 태극마크 데뷔전

프리쉐는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쾨닉세 월드컵에서 12위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은퇴해 1년이 넘는 실전 공백과 훈련 부족을 감안하면 무난한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심리적인 부담과 트랙 얼음 상태에 적응하지 못해 34위로 부진했지만 지난 주말 독일 오버호프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14위로 다시 순위를 끌어올렸습니다. 당시 6위를 차지했던 선수와 기록 차가 0.1초 남짓에 불과해 앞으로 순위 상승에 대한 희망을 봤습니다.

Q)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복귀전은 어땠나요?

- 굉장히 흥분됐어요. 1년이 넘는 공백기가 있어서 세계 톱 수준의 선수들과 기량차가 어떨지 저 자신도 궁금했어요. 복귀전이자 태극마크를 달고 데뷔전을 치렀던 독일 쾨닉세 트랙은 제가 좋아하고 익숙한 곳이에요.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2관왕을 차지했던 곳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번에 12위를 차지했는데 세계 톱 랭커들과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출발치고는 굉장했어요^^

Q) 복귀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나요?

- 네. 쾨닉세 월드컵에서 12위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열린 팀 계주 경기에서 그만 전복됐죠. 그 구간의 난코스였는데 제가 공략을 잘못했죠. 그래서 심리적으로 위축됐어요. 그것이 이후 라트비아 시굴다 월드컵과 인스부르크 세계선수권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더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Q) 평창 올림픽까지 이제 1년 남았는데 앞으로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할 부분은 뭔가요?

- 트랙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에요. 그것이 있어야 기록과 성적이 따라오죠.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주행 훈련 기회를 가져야 해요. 훈련을 거듭하며 커브 구간마다 다양한 경로를 시험해보고 그 가운데 가장 빠른 최단 경로를 찾는 작업을 이어가야 해요.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최단 경로를 찾아갔으면 해요.

Q) 한국 대표팀 동료 선수들과는 잘 지내고 있나요?

- 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적응해가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도 배워야 할 점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해요. 제가 아무래도 한국 선수들에 비해 루지를 탄 경력이 오래됐으니까 제 경험들을 전수해주고 있어요. 기초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요. 그들이 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서로 도와가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평창 올림픽 목표는?

-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홈 트랙에서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쌓는다면 충분히 메달이 가능하다고 믿어요. 앞으로 코치들과 상의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짤 계획이에요.

Q) 현재 몸상태는?

- 웨이트 측면에서는 1년 반 전 은퇴하기 전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전 감각과 주행 면에서는 한창 때와 비교해 85% 수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남은 기간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야죠.
사터 스테펜 감독
● 사터 스테펜 감독 "프리쉐 귀화로 윈윈(win-win)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프리쉐가 귀화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독일 출신 사터 스테펜 루지 대표팀 감독은 프리쉐의 복귀 성적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창 트랙에서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프리쉐가 실전 감각과 주행 때의 느낌 그리고 멘탈을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습니다. 프리쉐가 자신의 노하우를 동료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또 도움을 받으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모두가 분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프리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만큼 독일에서 못다 이룬 루지에 대한 꿈과 열정을 평창에서 펼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죠. 절실했던 거죠. 그 절실함을 잃지 않고 평창에서 마음껏 펼쳐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 대표팀의 동료 선수들도 프리쉐를 보면서 배울 점은 배우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동기 부여가 됐으면 좋겠어요"

"루지 역시 홈 트랙의 이점이 절대적으로 작용합니다. 많이 타면 탈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곳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여러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 주행 기회가 적어서 아쉬워요. (지난해 3월 프리호몰로게이션 때 냉각 장치 이상으로 얼음이 녹는 바람에 썰매 대표팀의 주행 훈련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2주 동안 50-60번 정도 탔는데 앞으로 300번 이상 더 주행하기를 바랍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부터 루지 대표팀을 이끌었던 스테펜 감독은 한국 루지가 그 때보다 눈에 띄게 성장했다며 평창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진용과 조정명
● 2인승 박진용-조정명 "평창에서 일 낼게요"

프리쉐 이외에도 우리 루지 대표팀은 2인승 박진용-조정명에게도 내심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18위를 기록했는데 그 때는 짝을 이룬 지 3개월 밖에 안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두 선수는 지난해 23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기대를 모았습니다. 박진용-조정명은 주행에 비해 스타트 기록이 처지는데 이를 보완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2인승은 두 선수가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서 최대의 힘과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기술의 미세한 부분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홈 트랙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한 번 큰 일을 내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얘기했습니다. 그것은 물론 메달이죠.
성은령
● 여자 루지 1세대 성은령 "평창 홈 트랙에서 후회없는 질주를 펼치고 싶어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루지 종목에 출전했던 성은령 선수도 이번 평창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당시 체중을 불리기 위해 하루 6끼를 먹고 감당하기가 어려워 토하는 어려움을 겪어 보는 이들을 안쓰럽게 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도 몸무게를 7kg 이상 더 찌워야 한답니다. 매일 야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네요. 친구들은 다이어트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부러워 한다는데 당사자가 아니면 그 어려움을 알기가 어렵죠. 마음처럼 살이 안 찌는 고통 그리고 억지로 먹어야 하는 고난과 역경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래도 평창 올림픽 출전에 출전을 위해 꾹 참고 견디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백지 상태에서 출전했던 소치 올림픽 때와 비교해 지금은 경험과 관록이 쌓였고 코스를 보는 안목이 생겨 실수만 최소화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쉐 선수의 귀화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자신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한 봅슬레이-스켈레톤에 비해 한국 루지는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루지 대표팀도 평창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향한 꿈과 포부만큼은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창 올림픽 그리고 그 이후를 바라보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우리 루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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