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유럽인권재판소 "러 정부, 탈북 노동자 최 씨 강제송환 안 돼"

러시아에서 20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해오다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했던 탈북자 최명복 씨가 일단 송환 위기를 모면하게 됐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최씨 사건을 직접 심리하기 전까지 그의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최 씨를 돕고 있는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 관계자는 "유럽인권재판소가 직접 이 사건을 심리하기 전까지 러시아 정부가 최 씨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보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럽인권재판소가 사건을 심리하기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 동안 최씨는 러시아 내 불법 체류자 임시 수용소에 계속 머물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메모리알은 최 씨의 북송을 막기 위해 유럽인권재판소에 그의 강제 송환을 금지해 달라는 보호 신청을 했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조약에 근거해 지난 1959년 설립된 국제재판소로 인권조약에 비준한 47개국 모두에 판결의 효력이 미칩니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 조약을 비준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북한과 '불법입국자와 불법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을 맺어 자국에 도피 중인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국제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메모리알은 또 재판소의 결정과는 별개로 최씨 송환에 관한 자국 내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모리알에 따르면 현재 54세의 최씨는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도시 틴다에서 판결 때까지 벌목공으로 일하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자 경비원을 매수해 집단 숙소에서 도주했습니다.

최 씨는 다른 도시를 거쳐 20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지역으로 이주한 뒤 막노동 일을 하며 당국의 감시를 피해 생활해 왔습니다.

현지에서 고려인 여성을 만나 새 가정을 이룬 그는 3살과 5살 난 두 아들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끝내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며 러시아 법원은 지난달 말 그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메모리알은 최씨가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국내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추진하는 한편 유럽인권재판소에 최씨 보호신청을 내는 등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씨는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 아들, 아내 등의 안전을 걱정해 한국행은 거부하고 있다고 메모리알은 전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