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장 "'블랙리스트' 외압,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으로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검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김 원장은 오늘(7일)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논란에서 국립국악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습니다.

김 원장은 "(블랙리스트 지침이) 옳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문체부 소속기관장으로서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나 홀로 결백을 내세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다시는 우리 문화예술계에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2015년 11월 6일 공연 예정이던 협업 프로그램 '소월산천'에서 박근형 연출을 뺄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습니다.

본래 '소월산천' 공연은 국악 앙상블 '앙상블 시나위'와 기타리스트 정재일, 박근형 연출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협업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립국악원은 박씨가 연출한 연극을 빼고 음악연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바꾸라고 요구했습니다.

박근형 씨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중 한 명이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이며 현 정부에서 눈 밖에 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