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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모두는 매일 담배 1개비씩 피운다?!

[취재파일] 우리 모두는 매일 담배 1개비씩 피운다?!
새해 들어서도 미세먼지가 여전히 극성이다. 지난 1월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2차례나 나타났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지난 1월 2일과 3일 중국을 강타한 스모그가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고 지난 1월 18일과 19일 또 한 차례 중국발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2월 들어서도 지난 주말(4일)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 경북지역 등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다. 

국내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의 양은 1년 평균으로 볼 때 전체의 30~50% 정도나 된다. 평균적으로 미세먼지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넘어온다는 뜻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때는 중국의 영향이 이보다 훨씬 더 커진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은 전체 미세먼지 가운데 60~80%가 중국발이다.
미세먼지 남산타워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은 미세먼지 가운데 건강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PM2.5)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올 들어 처음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던 지난 1월 2일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최고 146㎍/㎥(중랑구), 3일에도 최고 141㎍/㎥(중랑구)까지 올라갔다.

올 들어 두 번째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던 지난 1월 18일과 19일에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최고 125㎍/㎥와 124㎍/㎥(광진구)까지 올라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권고치는 10㎍/㎥, 24시간 평균 권고치가 25㎍/㎥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물론 당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50이다 100이다 숫자만 봐서는 도대체 얼마나 해로운 건지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가 해롭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 Berkeley) 연구팀이 미세먼지의 해로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만들어 냈다. 주변에서 흔히 보고 느낄 수 있는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 자료 등을 이용해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특히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와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를 비교 분석했다(참고 문헌 참조).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22㎍/㎥인 곳에서 하루 종일 살 때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에 담배 1개비씩 피울 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를 각 지역별 오염 농도에 적용하면 각 지역에서 초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이 담배를 어느 정도 피우는 것과 같은지 알 수 있다. 연구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연구결과에 우리나라 자료는 들어있지 않지만 비교를 위해서 2016년 평균 초미세먼지 자료를 추가한 것이다.
 
국가⋅지 역 초미세먼지 농도(㎍/㎥) 하루에 피우는 담배(개비)
미국 평균(2013) 9 0.4
중국 평균 52 2.4
중국 베이징 평균 85 4.0
중국 베이징, 오염 심한 날 550 25
중국 선양, 오염 최고 기록 1,400 63
한국, 서울(2016) 26 1.2

산출 결과를 보면 미국의 2013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9㎍/㎥, 담배로 환산할 경우 하루에 0.4개비씩 피우는 꼴이다. 중국의 경우 하루 평균 2.4개비, 중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오염이 심한 베이징에서는 하루 평균 4개비씩 담배를 피우는 꼴이 된다. 베이징의 경우 오염이 아주 심한 날에는 하루에 1갑 이상 담배를 피우며 사는 것과 같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1,400㎍/㎥까지 올라갔던 중국 선양의 경우 하루에 3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꼴이 된다.
미세먼지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6년 서울과 우리나라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6㎍/㎥이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우리 국민 모두는 매일매일 1.2개비씩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인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훌쩍 넘어선다. 이런 날이면 우리 모두는 하루에도 5개비, 6개비, 7개비씩 담배를 피우는 꼴이 된다. 아이나 성인, 노인 할 것 없이, 또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루에 1갑씩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피우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흡연율이 가장 높은 성인 남성의 경우도 흡연율이 40%를 넘지 않는다. 어린 아이의 경우는 당연히 흡연자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금연운동은 매우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TV에 금연광고가 등장한 지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미세먼지는 어떨까? 미세먼지의 해악이 알려지고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14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공식적으로 미세먼지 예보를 시작했다. 정부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감소하기는커녕 2012년 이후 오히려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금연 대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상대적으로 피부에 훨씬 덜 와 닿는다. 건강한 성인도 문제겠지만 만약 갓 태어난 우리 아기나 병마와 싸우고 있는 우리 부모가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누군가가 하루에 1개비씩, 때로는 5개비, 6개비, 7개비씩 억지로 담배를 피우게 한다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사람이 세상에 과연 있겠는가?

<참고문헌>

* Richard A. Muller and Elizabeth A. Muller, Air Pollution and Cigarette Equivalence.
http://berkeleyearth.org/air-pollution-and-cigarette-equiva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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