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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이 썼다는 '차명폰'…불법이 아니다?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이 썼다는 '차명폰'…불법이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청와대는 대포통장, 대포차, 대포폰 등 이른바 ‘3대 대포악’ 근절을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두 달 전에는 대포폰 단속을 위해 ‘서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기도 했습니다.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과 대포차, 대포폰 척결을 위해 정부가 직접 강력 대처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대포폰을 뿌리 뽑겠다던 청와대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지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자신을 비롯해 대통령도 ‘차명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진술한 겁니다.

청와대 비서관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사용했다는 ‘차명폰’. 오늘 ‘리포트+’에서는 ‘차명폰’ 과 ‘대포폰’의 차이는 무엇인지,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인지 살펴봤습니다.

■ 대통령은 왜 차명폰을 썼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대통령이 차명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도·감청의 우려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명의의 주인은 누구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우리 정치의 좀 아픈 부분인데, 옛날부터 도·감청 논란이 많았습니다.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런 부분이 도청 위험성이 있을 수 있어 저희 이름으로 사용된 걸 통해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대포폰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는 성매매업자나 불법 대부업자들이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회 고위층에서도 통화 기록과 위치 정보 조회를 피할 목적으로 타인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 지인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 경우 대포폰이 아닌 차명폰으로 분류돼 법적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사용된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는 기업과 정치권의 인맥을 통해 개통된 것이었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2대의 차명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대는 서유열 KT 사장의 지시로 대리점 점주가 아들 명의로, 다른 1대는 한나라당 당직자의 딸 명의로 개통돼 청와대 비서관에게 넘겨졌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이 휴대전화가 ‘차명폰’이냐 ‘대포폰’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차명폰과 대포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 대포폰은 불법, 차명폰은 합법?

차명폰의 차명(借名)은 남의 이름을 빌려 쓴다는 의미입니다. 대포폰의 대포(大砲)는 허풍이나 거짓말을 일컫는 말입니다.

차명폰과 대포폰은 모두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가입된 휴대전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명폰과 대포폰 차이
하지만, 타인의 명의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명의자의 소재’가 파악되는지,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차명과 대포로 갈리게 됩니다.

‘차명폰’은 타인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지만, 모든 경우가 불법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A가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B에게 주고, B가 A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B가 사용한 휴대전화는 차명폰이지만 합법입니다. 명의자의 소재가 분명하고, A씨가 직접 개통했기 때문에 동의가 오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명폰이 합법인 이유
‘대포폰’은 돈을 주고 명의를 취득하거나, 명의를 도용해 개통한 휴대전화를 말합니다.

현행법상 명의를 사고파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인데, 대포폰은 대부분 노숙자에게 돈을 주고 명의를 사거나, 이미 사망한 사람의 명의 등을 빌려 개통됩니다.

■ 타인에게 받은 차명폰도 처벌되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타인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이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조항은 타인이 개통해 놓은 차명폰을 넘겨받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합법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대포통장을 팔고, 타인에게 받은 차명폰을 사용한 김 모 씨에게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사용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개통'보다 '이용'에 초점이 있는 규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언상으로 보더라도 ‘반드시 개통을 스스로 해야 불법이다’라고 해석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존 해석과 다른 판례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차명폰 사용도 불법 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의 진실
박 대통령의 차명폰 사용 의혹은 지난해 11월 이미 불거진 바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은 공용전화만 사용한다며, 터무니없는 허위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폰은 누구의 명의였는지,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특검 조사에서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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