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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유라의 명마 '블라디미르'…삼성 최후의 안전판

블라디미르 삼성의 방패 vs 특검의 창

[취재파일] 정유라의 명마 '블라디미르'…삼성 최후의 안전판
● 희대의 명마 '블라디미르'…그리고 정유라. 

2016년 10월 유럽의 승마잡지가 말의 동정을 대서특필합니다. 희대의 명마 '블라디미르'를 한국의 정유라씨 측이 구입했다는 내용입니다. 블라디미르는 스웨덴 대표로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 '레전드급' 말이라고 합니다. 승마계에서는 블라디미르가 워낙 유명해서 이 말이 누구 소유로 바뀌었는지가 기사가 될 정돕니다.

승마인들에게 말의 스펙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경주대회에 나가는 자동차에 비유할 정도입니다. 블라디미르는 포르셰, 페라리 같은 명품 스포츠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30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부가티'에 비유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합니다. 승마인들에게는 꿈의 말이죠. 블라디미르의 가격은 2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블라디미르를 거머쥔 행운의 승마인이 다름 아닌 정유라입니다.

● '블라디미르' 정유라에게 누가 사줬나(?)

관심은 명마 블라디미르를 누가 정유라에게 사줬느냐는 겁니다. 2016년 10월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정유라 이대 특혜 입학 의혹이 불거진 이후의 시깁니다. 지난달 한 일간지가 '삼성'이 블라디미르를 또 사준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0억원대의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자금력, 그리고 삼성이 정유라에게 줄곧  말을 사줬던 전례를 감안할 때 삼성이 사줬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발끈'한 삼성…'블라디미르' 우리가 사준 것 아니다.

삼성은 발끈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공식입장을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냈습니다

"삼성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는 내용입니다.

특검 수사 기간 내내 단 한줄의 해명자료조차 내지 않던 삼성이 공식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삼성의 강경대응은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정말 안 사줬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회계자료를 뒤져봐도 말을 사줬다는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떳떳하게 입장을 냈을 가능성입니다.(떳떳하면 용기가 생기거든요.)
 
두번째는 삼성이 블라디미르를 구입했다는 게 드러날 경우 특검 수사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특검은 정유라의 블라디미르 구매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삼성은 절대로 아니라고 하는데도 말이죠. 특검은 왜 블라디미르 구입 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 특검, 삼성 망신주기(?) 수사하나?

특검이 단지 삼성그룹을 망신주기 위한 수사라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게 뻔합니다. 검찰의 특수수사 때면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먼지털이 수사' '모욕수사'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겠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망신을 주기위한 것이라면 특검의 '블라디미르' 수사명분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규모가 430억이나 되는 삼성의 뇌물죄를 수사하고 있는 특검이 '말' 한마리에 왜 그렇게 집착을 하는 걸까요? 수사가 실패하면 실보다 득이 커보이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430억원의 뇌물 혐의를 보강하는 편이 훨씬 유리해 보입니다. 또 블라디미르에 대한 삼성의 단호한 입장을 미뤄 볼 때 수사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특검의 집착은 무조건 삼성을 잡기 위한 '광기'일까요?

● '블라디미르' 삼성의 최후의 안전판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블라디미르'의 존재를 언급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로 날아가 최순실과 우회 지원을 논의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동안 삼성이 정유라에게 준 말을 팔고 '대체 말'을 사주겠다고 최순실과 협의했다는 것입니다. 특검이 지목한 대체 말이 바로 지금 논란이 되는 '블라디미르'였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말을 사줬다는 건 대가가 있는 뇌물임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라는 게 특검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대체 말(블라디미르)을 사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블라디미르'가 또 하나의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특검은 결정적으로 블라디미르를 삼성이 사줬다는 걸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강압에 못이겨 최순실을 지원했다는 삼성의 피해자 프레임이 힘을 얻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삼성은 박 대통령의 강압 때문에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비타나V, 라우싱, 살바토르' 같은 명마를 사서 정유라에게 빌려줬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모든 지원을 끊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거라면 왜 지원을 중단했겠느냐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만약 뇌물이라면 정유라에게 '몰래' 다시 말을 사줬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블라디미르는 바로 이런 삼성의 논리구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삼성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2016년 10월 구입한 말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삼성이 블라디미르를 사주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블라디미르로 인해 삼성의 피해자 프레임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재청구한다고 해도 삼성의 방어선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발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특검 수사가 삼성의 함정에 빠진 셈입니다. 블라디미르 과연 희대의 '명마'임은 분명합니다.

● 특검의 역발상…목표는 '블라디미르'

잠시 야구 얘기 잠깐 하겠습니다. 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은 직구입니다. 홈런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그래서 투수들은 변화구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투수들의 투구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고 유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타자들이 직구를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스윙할 확률이 높다는 얘깁니다. 실투가 들어와도 타자가 홈런칠 확률은 30%가 채 안된다고 합니다. 투수가 직구를 많이 던지면 투구수도 줄어들고 타자를 삼진시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됩니다.

특검이 '블라디미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역발상에 있습니다. 삼성이 블라디미르를 정유라에게 사준 것이라는 사실을 규명하는 순간 삼성의 공고한 피해자 프레임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뇌물죄 수사를 보강하기 위해 굳이 변화구를 수없이 던지며 투구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무모하지만 삼성 뇌물죄 수사의 지름길이 '블라디미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지만 대통령 대면조사 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 수사 동력을 급격하게 상실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면은 삼성에게 대단히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블라디미르' 수사로 삼성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 '블라디미르'는 누구의 명마인가?

블라디미르 삼성에겐 최고의 방패지만 특검에겐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이 자신만만한 것을 보면 현재까지 명마는 최고의 방패일 가능성이 큽니다. 최고의 방패를 든 적을 상대했다면 특검은 무모한 수사를 시작한 셈이되고 시간에 쫒겨 최악의 승부수를 던진, 특검수사 최대의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특검의 막판 뒤집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쯤 특검은 전설의 명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신앙처럼 되뇌이고 있을 겁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특검과 삼성의 벼랑끝 승부는 이제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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