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스크린으로 들어온 '영화 같은 현실'

“영화 같다.” 작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하는 말입니다. “현실이 이렇니 글 쓰는 사람들 먹고 살 수 있겠어?” 문화계에서 하는 우스개 소리 가운데는 이런 말도 있죠. 그만큼 현실이 웬만한 허구보다 더 충격적이고 놀랍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겠죠? 이토록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이야기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소설로, 드라마로,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사람들을 놀라고 두렵게 했던 사고나 감동을 줬던 실화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며 우리는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진실을 목격하고 새로운 교훈을 얻기도 합니다. 그 영화들 얘기를 시작해보죠.

딥워터 호라이즌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지난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7년 전 발생한 충격적인 해양 사고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거대기업 BP(British Petroleum)는 당시 미국 루이지애나주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시추선의 이름이 바로 ‘딥워터 호라이즌’입니다.

무리한 작업 끝에 이 시추선이 폭발하면서, 11명이 사망했고 17명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 이후 5개월 동안 부러진 파이프 등에서 원유가 뿜어져 나오며 7억 리터가 넘는 엄청난 양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습니다.
딥워터 호라이즌
영화는 재앙에 가까운 당시 사고의 원인을 더듬어가고, 관객은 그 끝에서 참욕스러운 거대 기업의 민낯을 목격하게 됩니다. "안전검사가 몇 푼이나 한다고 큰 회사가 그걸 안 합니까?’라고 따져 묻는 이에게 BP의 담당자는 "그런 비용까지 신경 쓰니까 큰 회사가 된 거요"라고 답하며, 안전검사 요구를 묵살합니다.

탐욕의 대가는 알려진 것처럼 혹독했지만, 이후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을 담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의 마음도 두렵고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듯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이 사고를 다시 끄집어내 사고의 원인을 직시하도록 관객을 이끕니다.

라이언
라이언 (Lion)
이번주 개봉한 이 영화는 위성 사진 프로그램인 '구글어스'와 25년 전의 희미한 기억을 조합해 인도의 가족을 찾아 나선 한 청년의 이야깁니다. 이 기적 같은 여정도 실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인도계 호주인인 사루 브리얼리(Saroo Brierley).

그는 다섯 살 때 형을 따라 나섰다 길을 잃고 미아가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호주의 가정으로 입양돼 반듯한 청년으로 성장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헤어진 가족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2012년 영국 BBC를 통해 소개되고, 이후 책으로도 출간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라이언
주인공이 견뎌냈던 어린 시절 이별의 슬픔과 공포는 이국적인 인도의 풍광과 함께 스크린에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성인이 되어서 겪어야 했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친어머니와 형에 대한 그리움, 양부모에 대한 죄책감 또한 자극적인 각색 없이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됩니다.

그 넓은 인도의 땅덩어리에서 기억조차 희미한 고향 마을의 흔적을 찾아내다니…. 실화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면 영화의 줄거리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터무니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보다 더 무섭고 충격적인 현실이 있듯 영화보다 더 환상적이고 기적 같은 현실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스노든(좌), 재키(우)
이 밖에도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민간인 정보 수집을 폭로했던 문제적 인물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과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화려한 삶을 살다간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Onassis)도 스크린을 통해 오늘 이곳으로 소환됩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스크린 속에서 관객에게 묻습니다. 거짓말처럼 믿기 어려웠던 자신들의 이야기가 오늘 당신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이냐고. 그것이 절절한 반성이든, 가슴 벅찬 감동이든, 현실에 대한 각성이든, 현실은 영화 같아 놀랍고 영화는 현실을 품고 있어 더 큰 울림을 남깁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