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피터 크라우치, 로봇 댄스의 부활!

EPL 100호 골, 10여 년 만에 돌아온 세리머니

[취재파일] 피터 크라우치, 로봇 댄스의 부활!
잉글랜드 프로축구 스토크 시티의 베테랑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가 에버튼과 경기에서 프리미어 리그 개인 통산 100호 골을 터뜨렸습니다. 아스톤 빌라 소속이던 2002년 데뷔전에서 첫 골을 넣은 지 15년 만에 작성한 대기록으로 프리미어 리그로는 사상 26번째이자 최고령(36세 2일) 100호 골 입니다.

이렇게 값진 골을 기록한 크라우치는 축하해 주러 오는 동료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손짓한 뒤 로봇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이 로봇 춤은 크라우치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크라우치가 이 세리머니를 보여준 것은 무려 10여 년 만입니다. 이를 본 홈 팬들은 어느 때보다 크게 환호했고, 중계 캐스터는 "크라우치의 세리머니가 돌아왔다!"(Celebration is back!)고 소리쳤습니다.
 
▲ 피터 크라우치의 EPL 100호 골과 로봇 댄스 세리머니

● 로봇 댄스 세리머니의 시작

크라우치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활약하던 2006년 5월 30일 헝가리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처음으로 로봇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자메이카와 친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두 차례 더 로봇 댄스를 췄는데, 2m가 넘는 큰 키의 크라우치가 어정쩡한 자세로 추는 이 로봇 춤은 큰 화제를 모으며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습니다. 영국 윌리엄 왕자는 이 세리머니의 팬이라고 밝혔고, 토니 블레어 총리는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자신도 크라우치를 따라서 로봇 춤을 추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활약한 피터 크라우치와 로봇 댄스 세리머니

● 강렬한 데뷔 후 사라진 세리머니

하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력보다 자신의 세리머니에 팬들의 시선이 더 집중되자 크라우치는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월드컵 개막 직후 BBC와 인터뷰를 통해 "로봇 댄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골을 넣고 경기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대표팀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라며 로봇 춤 세리머니는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경우에만 할 테니 이에 대한 관심을 끊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잉글랜드가 월드컵 8강에서 탈락하며 크라우치의 로봇 댄스를 볼 기회는 자연스럽게 없어졌습니다. 이후 크라우치는 2006년 9월 한 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로봇 댄스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자꾸 보면 지겨워지니 이제는 더 이상 춤을 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 다시 돌아온 세리머니

그렇게 추억으로만 남을 것 같았던 로봇 춤 세리머니가 크라우치의 기념비적인 골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크라우치는 지난달 14일 99호 골을 넣은 뒤 100호 골을 기록하면 로봇 춤을 출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밝혔습니다.) 크라우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이 아닌 소속 클럽에서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이 세리머니를 오랜만에 다시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많았다. 로봇 댄스가 조금 녹슬기는 했지만 그래도 골을 넣고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세리머니를 다시 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틀 전 36살 생일을 맞은 크라우치는 올 시즌에도 4골을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크라우치 본인은 “현재의 몸 상태로 볼 때 최소 몇 년은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크라우치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는 모르지만, 10여 년 전 크라우치가 했던 걱정과 달리 노장의 활약과 특유의 세리머니는 앞으로 보고 또 봐도 지겨울 것 같지 않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