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반기문의 고별사…"너무 순수했다…시민 따뜻한 손길 못 잊어"

반기문의 고별사…"너무 순수했다…시민 따뜻한 손길 못 잊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을 도운 참모진에 '정치꾼'들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을 여과 없이 토로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마포의 캠프 사무실로 이동해 참모들과 고별인사를 나눴습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목표로 달려온 '마포팀' 멤버들입니다.

반 전 총장은 "여러분을 너무 허탈하게 만들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미안한 마음"이라며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불출마) 발표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아마 한 사람이라도 상의했다면 뜯어말렸을 것이 분명하다"며 "한 발 더 디디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얘기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하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정치판에) 왜 왔느냐고 하더라"며 자신이 최근 접촉한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보이고, 자꾸만 사람을 가르려고 하더라"고 기성 정치권을 거듭 비판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정치인이면 진영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더라. 그러나 보수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지만, 그런 얘기는 내 양심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참모들에게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잊지 않겠다. 여러분 모두 앞으로 일하시는 분야에서 크게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행운을 빌었습니다.

이어 "제일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게 여러분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많은 분"이라며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 좌절하면서도 그분들 때문에 버틴 것이다. 이분들에게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도 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사무실을 나서기 전 자신에게 조언하고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