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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병원 수의학과 허용해라…청와대가 직접 압력"

<앵커>

수의사를 양성하는 수의학과는 전국 10개 대학에 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수의학과를 개설하고 싶어하지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오래전 강원대를 끝으로 신규 개설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병원 그룹이 수의학과를 설립을 원하자 청와대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나서 관련부처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세영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10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청와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정황근 당시 대통령실 농축산식품비서관. 차병원 그룹이 운영하는 차의과학대학에 수의학과를 개설하는 문제를 잘 검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 비서관은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으로부터도 이와 관련한 전화가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황근/당시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 : 축산국장한테 이런 분(최 전 수석)이 전화를 할테니까 잘 검토를 해봐라(고 했습니다.)]

당시 최 전 수석은 두 달 전 공직에서 물러나 차의과학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상태였습니다.

[최원영/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 (학교에) 잘 좀 친절하게 좀 자세하게 안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로 제가 통화를 한 걸로 (기억합니다.)]

한 사립대학의 수의학과 개설을 둘러싸고 현직 청와대 비서관과 전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잇따라 전화가 걸려오자 농축산식품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 이번 건은 BH(청와대)에서 직접 그랬다더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던데… BH에서 이걸 왜 이럴까. 친한가보다 생각했어요.]

결국,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이 문제를 놓고 긴급회의까지 벌였는데 수의사회 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정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5개월 전에도 청와대로부터 차병원의 수의학과 개설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한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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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세영 기자가 차병원 관련 뉴스를 계속 취재해왔는데, 이번에는 차의과학대학 숙원사업을 위해 박근혜 정부 관료들이 나섰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현재 차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병원그룹에는 정부 고위관료 출신이 유독 많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수의학과 개설 검토를 직접 부탁한 최원영 전 수석은 청와대를 나온 지 한 달 만에 차병원 그룹이 운영하는 대학의 교수가 됐습니다.

이 밖에도 전 질병관리본부장과 전 복지부 보건국장 등 고위관료 출신이 무려 7명이나 됩니다.

<앵커>

복지부 관료들을 시쳇말로 쓸어 모았군요?

<기자>

그래서 차병원은 미니 복지부다, 이런 말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차병원 그룹 측이 전·현직 관료들의 로비를 통해서 숙원사업을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당사자들도 압력을 넣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경우만 보더라도 당사자들은 전화 한 통 한 게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받는 입장에선 청와대 전·현직 고위 관료라는 이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앵커>

차병원그룹과 이번 정부의 관계는 더 밝혀져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차병원그룹은 현 정부가 황우석 사태로 중단됐던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규제를 7년 만에 풀어주면서,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얻어내는 등 가장 큰 혜택을 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의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실패한 로비에 그치긴 했지만, 한 대학에 특혜를 주기 위해 왜 청와대가 나섰는지는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목입니다. 

(영상취재 : 인필성·이찬수,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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