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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트럼프 때문에 웃고 우는 '미국 레슬링'

[취재파일] 트럼프 때문에 웃고 우는 '미국 레슬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로레슬링 WWE의 열혈팬으로 유명합니다. 1980년대부터 WWE를 전폭적으로 후원해 왔고, 관련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억만장자들의 전쟁(The Battle Of Billionaire)’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WWE 회장인 빈스 맥맨과 한 판 승부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와 맥맨이 대리 선수를 내세워서 ‘삭발’ 내기를 했는데, 트럼프가 지명한 근육질의 흑인 레슬러 바비 래쉴리가 맥맨이 지명한 우마가를 꺾었고, 트럼프는 직접 링에 올라 맥맨의 머리에 크림을 바르고 머리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로로 트럼프는 지난 2013년 ‘WWE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WWE 열혈 팬인 트럼프
트럼프의 '프로레슬링 사랑'은 대통령 당선 후에 더 화제가 됐습니다. 트럼프는 취임 뒤 내각 구성을 하면서 WWE 전임 회장인 린다 맥맨을 ‘중소기업청장’에 내정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린다 맥맨은 앞서 소개한 WWE 빈스 맥맨 회장의 부인입니다. 남편이 트럼프에게 삭발을 당한 보상이었을까요? 린다 맥맨은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 두 번 도전했다가 모두 낙방한 아픔이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아픔을 만회할 기회를 제대로 잡았습니다. 최근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WWE에겐 엄청난 선물이겠죠. 이렇게 트럼프와 ‘미국 프로레슬링’의 각별한 관계는 대통령 당선 이후 연이어 부각되고 있습니다.
WWE 열혈 팬인 트럼프
미국 프로레슬링 WWE가 환호하고 있는 반면,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트럼프가 최근 이란, 이라크 등 무슬림 7개국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反이민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당장 2월 16일부터 이란 케르만샤에서 열리는 '레슬링 월드컵'대회 출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레슬링협회는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며 예정대로 출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란이 트럼프의 ’反이민정책‘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인의 이란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란 프로농구리그에서 뛰는 미국 선수 2명이 입국을 금지당해 현재 두바이에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세계레슬링을 주도하고 있는 양대 강국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앙숙이지만 레슬링으로 이어진 두 나라의 우정은 끈끈하고 돈독했습니다. 미국 레슬링 대표팀은 지난 1998년 미국 스포츠팀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했고, 이란 레슬링대표팀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16번이나 참가했을 정도로 ‘미국과 이란’의 레슬링 외교는 정치와 종교를 뛰어넘어 흔들림 없이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反이민정책에 대해 이란 레슬링협회가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면서 두 나라의 ‘레슬링 우정‘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WWE 열혈 팬인 트럼프
물론 레슬링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각종 국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양궁, 사이클, 마라톤 등 다른 종목들과 무슬림 선수들이 뛰고 있는 프로스포츠도 모두 ‘反이민정책’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지만, 그래도 ’프로레슬링’만 사랑한 대통령 때문에 고통을 당해야 하는 ‘미국 아마추어 레슬링’계가 많이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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