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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법정에서 거짓말은 자기 방어권?'…非상식이 상식이 된 대한민국

R&D 성공률 95%인 대한민국은 창업자의 무덤

[취재파일] '법정에서 거짓말은 자기 방어권?'…非상식이 상식이 된 대한민국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난 2천년, 21세기의 시작에 대한 기대로 밀레니엄 베이비 출산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흉악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사장도 조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응급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응급구조 콜 시스템’을 착안해 개발했다.

지갑에서든 주머니 속에서든 휴대전화 옆에 달린 버튼을 3초 이상 누르면, 119를 비롯해 휴대전화에 미리 입력해 놓은 번호로 긴급구조 요청 메시지가 전송되고 전화가 자동 연결돼 현장 상황이 그대로 중계된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휴대전화는 작동한다.     

간단하지만 지금도 효용을 인정받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생명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폴더를 열고, 또는 전원을 켜고 번호나 앱을 찾아 누른다는 말인가?” 아이디어의 우수성을 증명하듯 2004년 LG텔레콤의 ‘알라딘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삼성전자도 비슷한 기능을 휴대전화에 탑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빛을 보지 못했고, 김성수 사장은 15년째 LG텔레콤(지금은 LG유플러스)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기술설명회를 했는데, LG측이 그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것이다. 특허소송이 진행되면서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는 응급구조 콜 기능을 내리고, 변형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응급상황에서 사이드 버튼만 누르면 휴대전화에 미리 입력해둔 번호로 응급구조 메시지가 전송되고, 통화가 자동연결돼 현장상황이 그대로 중계된다.’ 너무도 간단한 이 아이디어는 왜 대한민국에서 특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 그것이 김성수 사장이 15년째 가산을 탕진해 가면서 특허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사무실에 수북이 쌓인 특허 증서를 내보이며 김 사장은 말한다.

“이게 엔지니어로서 너무 억울한 거예요. 딱 눈에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그게 지금 제일 화가 난 거고요. 저를 지원하는 투자하신 분들이 있잖아요. 저를 신뢰하고 굉장히 믿었는데 ‘아, 이게 특허 침해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저는 뭐예요. 거짓말쟁이가 되잖아요. 저희가 특허가 백 칠 팔십 개 되다 보니까 이런 식으로 명확한 거를 힘의 논리로 덮어 버린다면 이 특허증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 한국 법정에서 거짓말은 자기방어권?
박진하 위원
최근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특허소송 문제를 알게 된 KAIST 지식전략최고위과정 박진하 운영위원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판사들이 그것을 저지하거나 처벌하지 못하고 있으며, 거짓말이 탄로가 나도 그것이 재판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제가 만나 본 몇몇 판사들은 물어보니까 (법정에서 거짓말이 문제가 되는지) 도저히 몰랐답니다. 20년 이상 재판을 하면서 하도 거짓말 하는 걸 봐와서 ‘법정에서 당연히 거짓말 하는 게 용납되는 거구나. 그리고 자기 방어권을 위해서 거짓말 하는 게 정상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대요. 이번에 이 서오텔레콤 건에 대해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래서 이걸 가지고 제가 설명을 해서 ‘아내나 애들한테 물어봐라.’ 그랬습니다. 그게 자기가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지...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뻔한 문제인데 전문가일수록 이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는 거죠.

대기업이 거짓말하고 중소기업이 거짓말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가 다 거짓말을 해도 법정에서는 거짓말하지 않는 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못하는 거죠. 일반인들은 법정에 가면 거짓말해서는 절대 안 되구나, 이렇게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우리나라가 만약에 대기업하고 중소기업이 재판을 하면 거짓말을 누가 하겠습니까. 대기업이 훨씬 더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훨씬 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대리인들이나 중소기업인들은 법정에서 가면 거짓말 하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설령 변호사가 그렇게 코멘트 하더라도 하지를 않아요. 그런데 대기업들은 변호사를 쓰고 그 변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법을 알면 알수록 법이 엄격하다는 거를 깨우쳐줘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법을 알면 알수록 법이 허술하고 거짓말을 해도 괜찮고 증거조작까지 해도 괜찮은...그러니까 편법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법의 전문가일수록 그렇게 조언을 하는 거죠.”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특허에 대한 강의를 하는 박진하 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돈의 흐름이 선순환하지 않고 악순환 하는 이유, 대한민국이 창업자의 무덤이 된 이유도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가 보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10대 부자 가운데 창업자가 6명이고, 일본은 8명, 중국은 10명이 모두 창업자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10대 부자 가운데 창업자가 1명도 없다. 그것은 돈이 부자에서 빈자로,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없는 사람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선순환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역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만나면 권력이 없는 사람이 밥을 사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만나면 가난한 사람이 밥을 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만나면 중소기업 법인카드로 밥을 사는 게 문화가 됐는데,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돈이 부자에서 가난한 자로 대기업에서 벤처로 흐르지가 않는다는 얘기죠. 우리나라는 거꾸로 돈다는 거죠. 거꾸로 벤처기업에 있는 돈들이 망해서 전부 다 대기업으로 간다는 거죠. 그러니까 대기업하고 벤처가 극단적으로 더 양극화가 심화가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10대 부자 중에 창업자가 한 명도 없다는 얘기는 창업을 해서 망한 돈들이 다 대기업으로 가는 거죠. 대기업 돈들이 창업자로 오지 않는다는 거죠.

중국이 이렇게 급성장하는 이유도, 10대 기업 중에서 창업자가 30대 기업까지 29명이에요, 창업자가. 그러니까 계속 그 기득권에 돈이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창업자로 이렇게 선순환을 한다는 거죠. 미국도 60%가 선순환 하는 거고, 일본도 80%가 선순환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돈다는 거죠. 거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는데, 그럼 그걸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창업을 활성화 시켜야 되는데, 창업을 활성화 시키는 가장 키가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이라는 거죠.

그런데 지식재산권이 보호가 안 되고, 재판에서 이겨도 변호사 비용도 안 나오기 때문에 결국은 지식재산권이 유명무실해지고, 유명무실해지니까 지식재산권 담보로 대출도 안 되고 지식재산권을 갖고 투자도 안 이루어지고 거래도 안 이루어지고, 그러니까 지금 창업이 올 스톱이 됐다. 그리고 뭣 모르고 그걸 가지고 창업하는 사람들한테는 지금 우리나라는 창업자들의 무덤이 되어 있는 거고, 그래서 이 창업자의 무덤을 어떻게 창업자의 요람으로 바꿀 건가. 그래서 우리나라가 10대 부자 중에 창업자가 제로인 것을 어떻게 창업자 50%, 60%로 만들 수 있는 건가 하는 것은 특허무용론이 특허대박론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봐요.”

● 국가R&D 성공률 95%의 넌센스

박 위원은 성공률이 95%에 달한다는 허울 좋은 우리나라의 국가연구개발(R&D) 과제 수행방식이 코미디요 넌센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 연구개발 성공률이 95%입니다. 정말 화려한 거죠. 그런데 그 95%지만 사업 성공률은 3% 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거꾸로 보면 95% 성공률에서 세상을 치고 나갈 수 있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은 정말 난센스 정말 코미디 같은 거죠.

미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경우는 성공률이 30% 이상은 정부가 지원과제를 주지 않아요. 성공률이 30% 이상이면 돈을 좋아하는 기업인들이 붙지. 그걸 왜 정부가 지원을 하냐. 정부는 성공률이 30% 미만이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도저히 도전하지 않는 이런 어려운 난제에 정부지원을 해주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성공률이 95% 이상이 돼야 지원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성공률 95% 짜리를 10년 내내 지원을 해도 획기적인 아이템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스라엘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30% 미만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지원 하니까 10건 중에 9건이 실패하더라도, 그 중에 1건이 한 해에 한 건만 나와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기술이 나온다는 거죠.“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특허분쟁에서 90%는 중소기업이 패소했다. 2심까지 간 경우는 한 건도 중소기업이 이긴 사례가 없다. 그리고 작년 2016년 특허 심판원 사건의 경우 중소기업은 대기업하고 심판 사건에서 단 한건도 이긴 사건이 없다고 한다.

박진하 위원은 우리가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없고 피해를 입증하기도 어려운 무형자산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 체계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피해만 인정하는 유형자산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공정하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법부에 대해 박 위원은 국회방송처럼 법원도 법원방송을 만들어 재판과정을 생중계하라고 말한다. 판사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추락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높여줄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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